조선 선비들의 눈으로 본 가깝고도 먼 나라 ‘몽골’

조선 선비들의 눈으로 본 가깝고도 먼 나라 ‘몽골’

입력 2010-04-17 00:00
업데이트 2010-04-17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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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과 몽골 】 박원길 지음 소나무 펴냄

조선은 몽골과 두드러진 인연이 눈에 쉬 띄지 않는다. 명(明)대에는 여진족과 국경을 접하고 있었으며 숭명주의(崇明主義)가 승하던 시절이었고, 청(淸)대에 와서도 여진족과 몽골족의 공동정권과 비슷했음에도 한족(漢族) 문화를 극복하기는 어려웠다. 몽골과 교류 관계라고 함은 그저 대부분 고려의 몫에 가까웠다. 하지만 조선시대에도 몽골에 대한 관심은 여전했다. 당대 지식인들은 이미 몽골에 수 차례 다녀오고, 몽골에 대한 구체적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조선과 몽골’(박원길 지음, 소나무 펴냄)은 조선 선비들의 눈에 비친 몽골의 실체와 함께, 조·몽 관계를 맺어나간 인연과 기록이 각별했음을 보여준다. 실제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하는 몽골 관계 기록만 무려 604건에 이를 정도다. 기록의 물량 면에서 오히려 고려 시대를 압도한다는 평가까지 받는다.

몽골사학을 전공한 저자 박원길 칭기스칸 연구센터 소장은 이 기록들을 꼼꼼히 분석하며 몽골의 역사와 지리, 정치외교 관계 등을 집대성하고 있다. 또한 최덕중, 박지원, 서호수의 여행기를 바탕으로 새로운 한·몽 관계를 제안하고 있다.

18세기 초 사절단의 일원으로 북경을 방문한 뒤 ‘연행록’을 남긴 최덕중은 ‘조·몽 군사동맹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정예 주자학자이자 조선 후기 실학자인 박지원 역시 ‘열하일기’를 통해 ‘청나라는 몽골과 티베트를 분열하여 견제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열하가 흔들리면 몽골이 맨 처음 준동할 것이며 미래의 주역은 몽골’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박 소장은 정조 시대의 주자학자 서호수(1736~1799)를 ‘몽골 전문가’로서 재발견한 것에 특히 주목한다. 그가 남긴 ‘연행기’에 드러난 몽골에 대한 객관적 관찰 기록은 후대 1920년대에 쓰인 일본 학자들의 몽골 보고서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20세기에나 가능한 기록이 주자학을 숭상하던 18세기 조선에서 나왔다는 점은 놀랄만하다는 설명이다. 3만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2010-04-1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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