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싱크탱크, 랜드연구소를 해부하다

美 싱크탱크, 랜드연구소를 해부하다

입력 2010-07-24 00:00
업데이트 2010-07-24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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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를 팝니다】알렉스 아벨라 지음 난장 펴냄

28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공화당과 민주당을 막론하고 역대 미국 정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미 대륙을 넘어 영국, 벨기에, 카타르, 멕시코 등지로 활동범위를 넓힌 글로벌 싱크탱크. 미국 랜드(RAND)연구소의 화려한 이력이다.

하지만 옛 소비에트연방의 국영신문 ‘프라우다’는 ‘과학과 죽음의 학술원’이라고 혹평했고, 전 세계 음모이론가들은 세계 정부를 창조하려는 궁극의 악이라고 불렀다.

‘두뇌를 팝니다-미 제국을 만든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알렉스 아벨라 지음, 유강은 옮김, 난장 펴냄)는 베일에 쌓인 랜드연구소의 실체를 본격적으로 파헤친 책이다. 기자 출신의 논픽션 작가인 저자는 랜드연구소 관계자들을 설득해 내부 자료를 넘겨받고 연구소에 몸담았던 인물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랜드연구소의 실상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1948년 문을 연 랜드연구소는 미 공군의 전신인 육군항공대의 공중전 전략·전술 프로그램을 평가하고 개발하는 민간연구소로 출발했다. 이후 핵전략과 수소폭탄, 다단계 로켓, 대륙 간 탄도미사일, 군사부문 혁신에 이르기까지 미군의 전쟁수행 방식을 좌지우지했다. 랜드연구소의 역할은 국가안보를 뛰어넘는다. 1950년대 말 핵공격이 벌어져도 통신을 계속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내려고 애쓰던 랜드연구소의 한 공학자가 만든 패킷교환 시스템이 인터넷의 토대가 됐다는 것은 잘 알려진 얘기다.

체계분석은 소련에 대한 선제공격 계획에서 탄생했고, 합리적 선택이론과 게임이론은 예측 불가능한 소련 지도부의 움직임을 모의실험하기 위해서 태어났다. 랜드연구소에 모인 미 최고의 두뇌들은 합리성과 과학성을 신앙처럼 신봉했다. 하지만 랜드연구소의 분석과 정책은 미국이 ‘선의 편’이라는 확고한 신념 아래 세계를 자국의 이익과 입맛대로 개조하려는 것에 불과했다. 이라크전쟁으로 절정에 달한 신보수주의, 신자유주의의 설계자 역시 랜드연구소이다.

저자는 랜드연구소가 만들어낸 궁극의 발명품은 “상위 5%가 전체 부의 60%를 장악하고, 기업 중역의 급여가 평균 노동자 급여보다 400배나 많은 사회”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랜드연구소처럼 도덕적으로 의심스러운 정책을 고안하는 기관들을 만들어내고 용인하고 계속 유지시킨 것은 다름아닌 미국인들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단지 그 정책이 미국에 가장 이익이 된다는 이유 때문”이라면서 “거울을 들여다보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로 랜드연구소임을 알 수 있다.”고 썼다. 1만 8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2010-07-2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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