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그림책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그림책

입력 2010-09-25 00:00
업데이트 2010-09-25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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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영화를 만나다】 김영욱 지음 교보문고 펴냄

한 권의 책에서 수필과 그림, 영화를 한꺼번에 만난다는 것은 미술이나 영화 팬들에게 꽤 매력적인 제안이다. 꼭 이들 분야의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삶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그림과 영화를 통해 풀어 가는 것은 퍼즐 조각을 맞춰 나가는 것처럼 새로운 깨달음과 읽는 재미를 준다.

김영욱의 에세이 ‘그림책, 영화를 만나다’(교보문고 펴냄)는 사랑에서부터 기억, 그리움, 죽음에 이르는 삶의 보편적인 주제들을 자신만의 통찰력으로 풀어 간 책이다. 전작 ‘그림책, 음악을 만나다’에서 그림책과 어우러진 음악들을 선보인 저자는 이번에는 영화라는 대중적인 소재를 통해 독자들에게 한 발 더 다가섰다.

그리스 신화의 메두사 초상은 물론 앤디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 전작에 비해 책을 통해 접할 수 있는 회화의 폭도 넓어졌고, 그림책도 단지 그리기만 한 것이 아니라 오려 붙이고 3D의 느낌을 살린 종류까지 훨씬 다양해졌다.

저자는 총 17개의 소재를 통해 17권의 그림책과 17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이야기의 소재는 ‘소수의 아름다움’ ‘남자가 사라지고 있다’ ‘그대, 신데렐라를 꿈꾸는가’ ‘성형미인’ 등 우리가 평소 한 번쯤 생각해 봤음 직한 생활 밀착형 주제를 다루고 있다.

‘소수의 아름다움’에서 1과 자신만을 약수로 지닌 소수의 고고함과 인간의 고독의 유사점을 발견한 저자는 모든 것을 수학과 연관 짓는 병에 걸린 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그림책 ‘수학의 저주’를 떠올린다. 영화 ‘박사가 사랑한 수식’에서 소수에 열광한 한 박사를 통해 소수와 같이 단독자로 살아 가는 고독한 인간 존재야말로 절대자와는 달리 제 짝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겉모습만 변화되면 자신의 내면 세계도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믿는 요즘 세태를 비판한 ‘성형미인’편도 눈에 띈다. 강렬한 원색을 기하학적으로 배치한 독특한 그림책 ‘꽃 한 송이가 있었습니다’는 스스로 색깔이 없다고 생각했던 꽃이 자신만의 빛깔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이어지는 영화 ‘죽어야 사는 여자’는 미모와 젊음에 대한 집착을 비판하면서도 진정한 삶의 의미와 행복의 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밖에도 ‘뮤즈’편에서는 최근 한 시트콤에서 소개돼 화제를 모은 이탈리아 출신의 그림 작가 로베르토 인노첸티의 그림책 ‘마지막 휴양지’를 비롯해 영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존 버닝엄이 대작가로 성공하기까지의 이야기와 경험이 그림책에 미친 영향도 담겨 있다. 1만 2000원.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2010-09-2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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