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일의 어린이 책] 갈색만 허용되는 이상한 세상…불의에 침묵하는 무서운 세상

[이 주일의 어린이 책] 갈색만 허용되는 이상한 세상…불의에 침묵하는 무서운 세상

입력 2013-11-16 00:00
업데이트 2013-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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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 아침/프랑크 파블로프 지음/레오니트 시멜코프 그림/해바라기 프로젝트 엮음/휴먼어린이 펴냄/46쪽/1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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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이 아닌 개와 고양이는 모두 없애라.’

황당한 법이 생겼다. 하지만 황당해하는 것도 잠시, 사람들은 순순히 법을 따른다. ‘나’ 역시 키우던 고양이를 없앴다. 하얀 털에 검은 무늬여서였다. 샤를리는 15년간 키우던 개를 안락사시켰다. 검둥이였기 때문이다. 정부는 “고양이가 너무 많아서”라지만 뭔가 이상한 느낌이 끼쳐온다. 며칠 뒤엔 ‘거리 일보’가 폐간됐다. 갈색 개와 고양이만 허용하는 법을 비판했기 때문이다. 가슴이 답답해 오지만 그 생각도 잠시, 사람들은 ‘갈색 세상’에 익숙해진다. 누가 감시라도 할까 봐 커피를 시킬 때도 “갈색 커피 한 잔 주세요”라며 일부러 갈색이란 단어를 붙인다. 샤를리와 ‘나’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갈색 개와 갈색 고양이를 키운다. 세상에 순순히 따라야만 마음 편히 살 수 있을 거란 생각에서다.

하지만 놀랍게도 갈색 옷을 입은 군인들이 집에 들이닥친다. 예전에 키우던 개와 고양이가 갈색이 아니라서란다. ‘나’는 그제서야 ‘그들’이 ‘갈색 법’을 처음 만들었을 때 맞서야 했다는 걸 깨닫지만 생각은 여전히 과거를 미련하게 맴돈다. ‘하지만 나만 침묵하고 있는 건 아니잖아요. 다른 사람들도 조용히 살겠다고 그저 보기만 하고 있잖아요. 안 그래요?’

불의를 보고도 침묵하면 권력이 어떻게 사람들을 비극으로 내모는지, 독재정권이 국민들의 평화와 일상을 어떻게 앗아가는지 보여주는 뼈아픈 우화다. 프랑스 교육자이자 소설가인 프랑크 파블로프가 1998년 발표한 이 동화는 프랑스 정치 지형을 바꾼 책으로도 유명하다. 2002년 대선 1차 투표 결과 극우파인 장마리 르펜 국민전선 후보가 결선까지 진출하자 프랑스 국민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당시 한 라디오 프로그램이 ‘갈색 아침’의 메시지를 소개하자 서점은 책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르펜은 결국 낙마했다. 초등 중학년 이상.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3-11-1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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