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밥상 |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엄마밥상 |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입력 2010-10-03 00:00
업데이트 2010-10-03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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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추석 연휴는 유난히 길다. ‘샌드위치 데이’까지 합하면 쉬는 날이 열흘 가까이 되니 긴 연휴가 반가운 이들도 있겠지만 추석을 맞이하는 주부들의 마음은 그다지 가볍지만은 않다. 집안사람 다 모이는 명절이다 보니 음식 장만이며 추석상 차릴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간편하게 간소화하려고 보니 기본적인 명절 음식은 갖추어야 하고, 푸짐하게 준비하다 보면 명절 끝에 남는 음식들이 천덕꾸러기가 되어 이래저래 고민이다. 그러나 차례상을 위한 제수 장만 음식 끝에 정이 난다고 명절에 음식을 준비하여 나누어 먹으며 그간에 소원했던 친척, 형제들과 함께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추석은 음력으로 8월 15일. 설·한식·단오와 함께 우리 민족의 4대 명절 중 하나이다. 추석이란 명칭은 글자 그대로 ‘달 밝은 가을밤’이란 뜻으로 연중 8월 보름달의 달빛이 가장 좋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추석은 수확의 계절이고, 달의 명절로 보름달을 상징으로 삼는 큰 명절이다. 추석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 추석빔을 차려입고, 햇곡식으로 빚은 송편과 햅쌀로 만든 술로 조상께 차례 지내고 성묘하며, 추석날 저녁에는 달을 보고 소원을 비는 달맞이를 하며 친척들과 이웃들이 모여 정담을 나누고 놀이를 즐기는 날이다.

차례 상차림이나 차례의식은 ‘가가례(家家禮)’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지방마다 집집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예서에 나타난 차례 상차림이 지금보다 단출했다고 한다. 우암 송시열은 《계녀서(戒女書)》에 ‘제례는 정성과 깨끗함이 으뜸이며 물 한 그릇이라도 빌리거나 얻어서 올리는 것이 아니다. 흉년이라도 거르지 말고 풍년이 들었다고 지나치지 말라’고 가르치고 있다.

추석을 대표하는 음식

햅쌀로 빚은 송편은 멥쌀가루를 익반죽하여 햇녹두, 참깨, 거피팥, 밤, 콩 등을 넣어 반달모양으로 빚은 떡이다. 송편을 예쁘게 빚어야 예쁜 딸을 낳는다는 말에 명절을 맞아 모인 가족들이 오순도순 둘러앉아 웃음꽃을 피우며 솜씨를 뽐낸다. 송편이란 이름은 솔잎을 켜마다 깔고 찌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제사상에 오르는 음식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제수품 하나하나에 상징적인 의미를 담아둔 선조들의 뜻을 엿볼 수 있다.

삼색과일의 대표인 대추는 꽃마다 열매를 많이 맺어 자손 번창을 의미한다. 씨밤(씨앗이 되는 밤)을 땅속에 심으면 가장 먼저 열린 씨밤은 아름드리나무가 되어도 썩지 않고 그대로 남는다. 조상을 모시는 위패나 신주를 밤나무로 만드는 이유도 밤나무의 이와 같은 생태를 비유했기 때문이다.

차례에는 삼색나물이라 하여 검은색과 흰색, 푸른색의 세 가지 나물을 올린다. 삼색나물의 흰색은 뿌리나물이라 하여 도라지나 무나물을 쓰고, 검은색은 줄기나물로 고사리를 쓴다. 푸른색은 잎나물로 미나리를 쓰는데, 뿌리는 조상을, 줄기는 부모님을, 잎은 나를 상징한다. 고사리와 도라지, 시금치 대신 호박이나 배추, 박 오이, 숙주 등 다양한 나물 중에 색깔을 맞추어 세 종류를 올리면 된다.

‘적(炙)’은 고기나 채소를 큼직하게 썰어 굽거나 기름에 지져낸 것으로 육적, 봉적(계적), 어적, 소적, 잡적(누름적)을 오적(五炙)이라고 한다. 차례상에 올리는 구이는 토막을 내지 않고 생긴 모양대로 소금이나 간장 양념을 해 굽는데, 생선의 경우 조상님이 드시기 편하도록 입과 꼬리 부분을 자른다. 적은 홀수로 준비하는데, 다섯 종류의 오적을 준비하거나 소적과 잡적을 제외한 3적을 올리기도 한다. 삼색적은 궁중에서는 전유화(煎油花) 또는 전유어(煎油魚)라고 부르며, 제사에서는 간납(干納, 肝納) 또는 간남(肝南)이라고 한다. 생선, 조개, 고추, 쇠고기나 돼지고기 다진 것 등을 밀가루와 달걀에 씌워 지져낸 뒤 채반에 담는다. 재료에 소금을 조금만 뿌려 간하고, 파, 마늘, 고춧가루를 넣지 않은 깨끗하고 짜지 않은 초장을 함께 낸다. 삼적은 석 잔의 술을 올릴 때마다 바다생선 어적, 네발짐승인 육적, 야채적으로 두부나 갖가지 야채꼬치를 올렸는데, 자연이 내린 음식을 골고루 맛보게 하기 위해서이다.

추석 무렵 나는 토란은 찜, 산적, 단자 등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추석 별미로 알칼리성이면서 섬유고가 많아 소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과식하기 쉬운 명절음식으로 좋다. 토란을 조리할 때 소금물이나 쌀뜨물에 삶으면 표면의 전분이 사라져 미끈거리지 않으며, 아린 맛은 삶으면 없어진다.

햇배가 나오는 계절이므로 배를 얇게 썰어 설탕과 꿀에 재웠다가 꿀물이나 오미자 물에 띄워 배화채를 만들거나, 배숙을 만들면 배화채가 된다. 배숙은 배수정과라고 하여 생강물을 끓인 후 설탕으로 단맛을 낸 후 삼각형이나 반달로 썬 배에 통후추를 박아 넣은 것을 생강물에 말갛게 삶아서 차게 식힌 후 그릇에 담고 잣 두세 알을 띄워낸다. 배화채나 배숙은 기름진 음식이 많은 추석 음식상에 소화제 같은 후식이 된다.

집집마다 준비하는 추석 음식은 달라도 바쁘게 살아가는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훈훈한 마음을 나누고 풍요로운 가을을 넉넉하게 맞이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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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송편


■재료: 멥쌀가루 6컵, 단호박(찐 것), 녹차가루, 소금·참기름 약간

송편 속: 콩 삶은 것, 밤, 깨 등

■만드는 법

1. 멥쌀가루는 3등분하여 각각에 소금을 약간 넣는다.

2개의 멥쌀가루에 단호박(찐 것), 녹차가루(1큰술)를 섞은 후 뜨거운 물로 익반죽한다.

나머지는 흰 반죽 그대로 뜨거운 물로 익반죽한다.

(익반죽은 식으면 굳어지므로 반죽할 때 귓불 정도로 말랑말랑하게 반죽한다)

2. 송편속은 각각 익혀서 준비한다(기호에 따라 빻은 깨나 견과류 등을 넣어 섞어도 된다).

3. 멥쌀가루 반죽을 조금씩 떼어 송편속을 넣어 송편을 빚는다.

4. 김이 오른 찜통에 넣어 10분 정도 찐 후 꺼내어 참기름을 약간 넣고 골고루 묻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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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재료를 이용한 요리_ 쇠고기 가지구이

■주재료: 쇠고기(불고기감) 300g, 가지 1개, 소금, 식용유 약간

쇠고기 양념: 간장 2큰술, 설탕 2작은술, 물엿 1작은술, 맛술 1술, 다진파 1큰술, 다진마늘 1작은술,

참기름 1작은술, 후추가루 약간

■만드는 법

1. 가지는 4cm 길이로 썰어 세로로 4등분 한 후 소금을 살짝 뿌린다.

2. 쇠고기 양념을 만들어 쇠고기에 20분 정도 재운다.

3. 가지에 쇠고기를 말아 꼬치에 꽂는다.

4.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쇠고기 가지 꼬치를 노릇노릇하게 굽는다.

글·사진_ 이미경 한식, 사찰음식연구가 http://blog.naver.com/pout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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