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비누에서 삶을 읽네

낡은 비누에서 삶을 읽네

입력 2010-07-02 00:00
업데이트 2010-07-02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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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알리아 ‘사이클, 리사이클’

쓰다 남아 부서진 비누 조각 사진에서 어떤 의미를 읽어낼 수 있을까. 몇 달을 사는 비누나 길어야 100년을 사는 사람이 크게 다를 바 없다. 사진작가 구본창은 “쓰다 남은 비누 사진은 어찌 보면 제 각각의 삶을 살아낸 사람들의 얼굴을 닮았다.”고 말한다.

구본창은 비누를 촬영하지 않고 필름 없이 평판스캐너 위에 흰 종이를 씌운 다음 그 위에 올린 비누를 바로 긁어냈다. 이 때문에 그의 작품은 배경과 그림자 없이 오롯이 비누의 형태, 색 그리고 질감을 보여준다. 구본창의 ‘비누’ 연작을 비롯해 30대에서 60대까지 폭넓은 연령대의 작가 12명의 자연의 순환 원리를 담은 작품 100여점을 만날 수 있는 ‘사이클, 리사이클’이 22일까지 서울 삼성동 인터알리아에서 열린다.

김범수는 쓰다 버린 필름을 재조립했다. 미국 유학시절 벼룩시장에서 산 용도 폐기된 필름을 우주 삼라만상을 의미하는 만다라의 형상으로 하나하나 붙였다. 동그라미 또는 사각형의 형태로 다시 태어난 필름에서 영화의 서사구조는 사라졌지만 영화 속 장면은 살아남아 변화하고 순환할 뿐인 자연의 원리를 보여준다.

박성실은 집 앞의 나무와 꽃, 양재천의 이름 없는 들풀, 상하이와 도쿄의 잉어들, 모기나 거미와 같은 작은 벌레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였다. 고산 윤선도가 “내 친구는 물과 돌, 대나무와 소나무”라고 시를 읊었듯 박성실의 그림에는 금방이라도 튀어 오를 것 같은 붉은 잉어가 생생하게 살아있다. 인간 중심의 도심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엉겅퀴, 들풀, 담쟁이, 오리를 통해 자연의 본질인 강한 생명력을 담았다.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한희진씨는 “삶의 의미와 일상이 주는 소소한 기쁨을 느끼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자연을 ‘그 자체로 존재하는 최고의 질서’로 보는 동양의 사상을 바탕에 담은 작품으로 전시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02)3479-0164.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2010-07-0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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