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지방시대-풀뿌리 민주주의 주역들의 24시] 이중근 경북 청도군수

[新지방시대-풀뿌리 민주주의 주역들의 24시] 이중근 경북 청도군수

입력 2010-07-15 00:00
업데이트 2010-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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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싸움장·수매현장으로 “국수 점심… 하루가 짧아”

경북 청도. 아직도 금품선거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는 경북 산골이다. 지난 5일. 이중근(68) 경북 청도군수는 오전 7시50분 자신이 세들어 사는 청도읍 동보빌라를 나서 출근했다. 도중에 동승한 비서로부터 일정을 간략히 보고 받은 뒤 메모를 하고 생각을 가다듬었다. 8시 집무실에 도착한 그는 조간 신문 스크랩을 훓고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경북도 국장에게 현안사업 예산 지원을 부탁하는 것이었다. 8시 30분에는 회의실에서 간부회의를 주재했다. 민선 5기 들어 읍·면장 및 실·과·소장 등 30여명이 참석한 첫 간부회의였다. 이 군수는 “잇단 금품선거로 얼룩졌던 청도는 이번 깨끗한 지방선거를 통해 새롭게 거듭났다.”면서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주민 화합과 지역 발전을 위해 매진하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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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근(오른쪽) 청도군수가 지난 5일 매전면 구촌교 건설 현장을 방문해 관계자들에게 기술이 아닌 정성과 마음을 다해 시공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이중근(오른쪽) 청도군수가 지난 5일 매전면 구촌교 건설 현장을 방문해 관계자들에게 기술이 아닌 정성과 마음을 다해 시공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하루에 행정 현장 5곳 방문

이 군수는 회의를 마친 뒤 지역 최대 현안 사업 중 하나를 풀기 위해 화양읍 삼신리 소싸움장으로 향했다. 2년전 800여억원을 들여 시설을 지어놓고도 이해다툼 때문에 문을 열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다. 민간사업자인 한국우사회와 경기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청도공영사업공사 관계자들과 마주한 자리에서 그는 “군민들로부터 소싸움장 조기 개장을 엄중히 명령받았다.”면서 “수익금 배분 문제 등으로 싸움만 할 게 아니라 조기 개장을 위해 힘을 모아 달라.”고 독려했다.

이어 산넘고 물건너 40분을 달려 천년고찰 운문사에 도착했다. 스님들이 이용하는 식당에서 주지스님과 사찰 방재시스템 및 전기시설 설치 문제를 협의하면서 식사까지 해결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지만 주지 스님과 대화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30여분을 사찰에 머문 뒤 매전면 구촌리 구촌교 건설현장, 도시가스 관로 매설, 새마을운동 발상지인 테마공원 조성 공사장 등을 잇따라 방문했다. 와이셔츠는 땀으로 젖었다. 일정은 오후 9시쯤 끝났다. 차량 주행거리계를 봤다. 하루 120㎞를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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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만 120㎞ 움직여

다음날은 아예 현장으로 출근했다. 화양읍 유등리 농산물저장 창고. 농민과 농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들이 하곡(보리) 수매로 부산했다. 이 군수는 차에서 내려 농민들과 악수를 나눈 뒤 품질관리원 관계자들에게 연신 굽신거렸다.

오전 9시쯤 군청으로 들어와 간부들과 회의를 한 뒤 그는 풍각 5일장을 찾았다. 11시쯤이었다. 상인들과 간판 정비 및 아케이드 보수공사를 놓고 의견을 교환하고 건의사항은 수렴했다. 장사가 어렵다는 상인들의 아우성에 대해서는 걱정을 함께 했다. 상인들은 “이제야 제대로 일꾼을 뽑은 것 같다.”며 기대를 걸었다.

시장에서 3000원짜리 국수로 점심을 해결한 뒤 다시 움직였다. 각남면 산서농협공판장을 들렀다. 농민들이 “이상기후로 과일 수확량이 지난해보다 30% 이상 감소해 수입이 크게 줄었다.”고 하소연하자 이 군수도 이내 고개를 떨어뜨렸다.

오후 3시부터는 ‘신화랑 풍류체험벨트 운영 콘텐츠 개발 학술 세미나’에 참석했다. 이 사업은 정부가 화랑정신의 발상지인 청도 운문면에 850억원을 들여 화랑정신 관련 교육 및 체험장을 조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군수가 빠져서는 안되는 자리였다. 세미나를 마친 뒤 이 군수에게 “하루 참 고단했겠다.”고 인사를 건네자 되레 유쾌한 답이 돌아왔다. “아니야, 청도를 위한 ‘행복한 여행’이었어.”

글 사진 청도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2010-07-15 5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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