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지방시대-풀뿌리 민주주의 주역들의 24시] 윤동규 영등포구의원

[新지방시대-풀뿌리 민주주의 주역들의 24시] 윤동규 영등포구의원

입력 2010-07-15 00:00
업데이트 2010-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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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고 구석구석 순찰…우리동네 ‘현장민원 수색대’

윤동규(55·민주당) 서울 영등포구 구의원의 하루는 새벽 5시부터 시작했다. 비서도, 보좌관도 없는 구의원은 정책 공부, 스케줄 관리, 주민 접촉, 민원 해결 등 모든 것을 혼자서 해결한다. 지난 6일에도 하루 스케줄을 점검한 뒤 자전거를 타고 지역 순찰에 나섰다.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기에는 자전거가 으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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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규 영등포구 구의원은 아침 6시 신길동 시장 주변에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를 옮겨, 전용 수거용기에 버리고 있다.
윤동규 영등포구 구의원은 아침 6시 신길동 시장 주변에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를 옮겨, 전용 수거용기에 버리고 있다.


●새벽 5시 동네순찰로 하루 시작

그는 매일 아침 못 볼 것을 많이 본단다. 길가에 죽어 있는 버려진 개나 오물은 쓰레기 봉투에 담아 동사무소에 가져다 주면 된다지만 술먹고 쓰러진 주민을 데려다 주려다 소매치기로 오해받아 경찰서에 간 적도 있다고 한다. 비가 오면 비옷을 입고 배수 상태를 관찰하고 눈이 오면 지역 골목길 제설상황을 구청에 알려주는 것도 그의 몫이다. 윤 의원은 “누가 알아주든 않든 나의 작은 수고로 출근길·등굣길 주민들이 눈살을 찌푸리지 않고 하루를 보낼 수 있으니 그것으로 만족한다.”며 웃는다.

7시 30분. 자전거를 돌려 자유총연맹 영등포지부에 도착했다. 단합대회를 떠나는 회원들을 배웅하기 위해서다. 그는 “그래도 요즘은 소풍이나 단합대회를 떠나는 단체가 적어서 바쁘지 않다.”며 “봄, 가을에는 아침마다 4~5개 단체를 배웅한다.”고 말했다. 아침 3시간 동안 그가 만나 인사를 나눈 주민은 족히 60명이 넘었다. 아침 식사 후 중앙시장 앞으로 향했다. “어제 주민이 시장 앞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달라는 민원을 했다.”면서 “구청에 알리기 전에 먼저 현장을 보고 가능한 일인지 판단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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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모임 11개, 억지민원에 난감

오후 일정은 저녁 8시까지 이어졌다. 대한노인회 행사, 문화원 서예협회 간담회, 동네 이불가게 아줌마 병문안, 민주당 당직자 면담, 지역 민원현장 방문, 대길초등학교 관계자 면담, 대림1동 주민자치위원회 회의, 대림3동 모임, 신길6동 통장 모임, 지역구 여성 모임. 이날 공식 모임만 11개를 치렀다. 그러고도 하루종일 휴대전화가 쉴 새 없이 울려댔다. 동네 일을 보는 구의원이라지만 ‘일자리나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원을 받게 해달라.’는 민원은 양반이다. ‘집 나간 강아지를 찾아달라.’는 민원, ‘누가 돈을 떼먹었는데 연락처를 알아봐 달라.’ ‘사위가 바람을 피우는데 현장을 알아봐 달라.’ 등 도저히 납득가지 않는 민원도 많단다.

구의원으로 힘들 때를 묻자 “선출직이고 동네 심부름꾼이라고 하지만 인간적인 ‘예의’를 갖췄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나름대로 지역을 위해 발로 뛰고 있는데 억지를 부리는 주민을 보면 ‘인간적인 모멸감’이나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단다.

지인들과 급하게 저녁을 먹고는 어디론가 전화를 한다. 그리고는 곧바로 출발했다. 오전에 전화로 재건축 민원을 제기한 주민인데 나중에 전화를 주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온 시간은 밤 11시. 헤어지면서 윤 의원이 사용하는 수첩을 꼼꼼히 살펴봤다. 주민 민원을 메모하는 100페이지짜리 작은 수첩. 1년에 몇 개를 쓰는지 모를 정도란다. 이날 하루에만 접수한 민원이 12건. 이것을 빼곡히 적은 수첩을 보며 하나 하나 점검한다.

그는 “주민들이 ‘윤의원 덕에 문제가 해결됐다.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 모든 피로와 스트레스가 풀린다.”면서 “내가 있어 지역이 좋아진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말했다.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2010-07-15 5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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