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5기 100일···서울시-의회 갈등 현실화

민선5기 100일···서울시-의회 갈등 현실화

입력 2010-10-06 00:00
업데이트 2010-10-06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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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5기 서울시와 제8대 서울시의회가 오는 8일 출범 100일을 맞지만 출범 전부터 주요 정책을 놓고 벌여온 양측의 갈등이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세훈 시장이 1995년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첫 재선 시장에 당선됐지만, 시의회 역시 처음으로 ‘여소야대’ 정국이 조성되면서 양측의 갈등은 예견됐었다.

하지만 서울시와 시의회의 마찰은 ‘서울광장 조례’를 놓고 법정에서 다툼을 벌여야 하는 형국까지 치닫는 등 악화일로다.

●지방자치시대 초유의 조례 무효소송

민선 5기 출범일인 7월1일 오 시장이 이전 7대 의회의 추천을 받아 의회 사무처장을 임명하면서 표면화된 양측의 갈등은 최근 시의회가 공포한 서울광장 조례에 대해 시가 대법원에 무효 소송을 제기하면서 마침내 폭발했다.

시가 조례를 두고 시의회와 갈등을 빚다 대법원에 무효 소송까지 제기한 것은 지방자치제가 도입된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광장 조례는 서울광장 사용 방식을 기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꿔 그동안 사실상 금지됐던 집회와 시위를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시의회는 이 조례안을 지난 8월 임시회에서 의결했으나 시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재의(再議)를 요구했고, 시의회가 9월 임시회에서 조례안을 재의결하자 시는 조례 공포를 거부했다.

그러자 시의회가 의장 직권으로 9월27일 조례를 공포했으며, 시는 같은 달 30일 소송을 내는 등 양측이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시는 광장 사용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한 것은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위반되며, 광장 사용 목적에 집회와 시위를 추가한 것도 시장의 집행권을 침해하고 법률체계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반면 시의회는 서울광장을 열린광장, 시민광장으로 돌리라는 시민의 명령에 따라 조례를 공포했으며, 이는 집회와 시위에 대한 허가제를 금지하는 헌법에 반하는 위헌 조례를 바로잡은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무상급식 ‘전면 실시’ vs ‘질 개선이 우선’

무상급식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도 해결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 소속 시의원과 곽노현 교육감은 친환경 무상급식을 전면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시는 안전한 학교 만들기와 친환경 우수 식자재 사용 등을 통해 급식의 질을 높이는 게 우선이라고 맞서고 있다.

시와 시의회는 무상급식을 비롯해 사교육ㆍ학교폭력ㆍ학습준비물 없는 ‘3무(無)학교’ 등 교육 현안 전반을 논의하기로 절충해 서울교육행정협의회를 구성하면서 갈등은 일단 더이상 확산하지 않는 상태다.

그렇다고 무상급식을 둘러싼 양측의 이견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양측은 협의회를 통해 “무상급식 전면 실시가 쉽지 않고 중학교 무상급식은 내년에는 하지 않는다”는 데 합의했으나 초등학교에서 내년부터 무상급식을 전면 실시하느냐 단계적으로 도입하느냐를 두고 이견이 여전하다.

더욱이 시의회가 2012년까지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친환경 무상급식을 하는 내용의 ‘친환경무상급식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5일 다시 발의해 갈등이 다시 커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 재정 악화’ 놓고서도 책임 공방

양측은 시 재정 악화의 원인과 대책에서도 충돌했다.

시의회가 지난해 시의 채무액이 3조2천454억원으로 전년의 1조8천535억원에 비해 1조3천919억원(75.0%) 증가했다고 포문을 열자 시는 경기침체로 주민세가 급감했으며 경기부양을 위해 지방채를 대거 발행한 결과라고 맞받아쳤다.

그러자 시의회는 시가 재정투융자기금 7천억원을 일반회계로 불법 전용했으며, 이 과정에서 SH공사에 상환기일이 도래하지 않은 기금 융자액 3천억원을 갚도록 해 SH공사의 자금사정까지 악화됐다고 주장하는 등 시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에 시는 기금 전용은 지방재정법에 따른 것으로 불법이 아니며, SH공사가 3천억원을 조기 상환한 것도 내부자금 활용도를 높이려는 조치였다고 반박하는 등 양측의 공방이 한동안 이어졌다.

이밖에 서울시가 산하 기관장을 임명하자 시의회가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는 등 주요 사안마다 양측의 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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