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싸으쌰” 구호에 주먹다짐까지…‘난장판’된 예산국회

“으싸으쌰” 구호에 주먹다짐까지…‘난장판’된 예산국회

입력 2010-12-08 00:00
업데이트 2010-12-0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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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의원,와이셔츠 찢기고 선혈…어김없이 싸움질 재현된 ‘별꼴 국회’

올해도 ‘예산안 충돌’이 되풀이됐다.매년 연말 새해 예산안 처리를 둔 여야간 힘겨루기와 몸싸움 등이 어김없이 재현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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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예산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대치 중인 지난 8일 한나라당 의원과 당직자들이 민주당의 봉쇄를 뚫고 국회 본회의장에 진입하고 있다. 김충환, 김정훈 의원 등이 몸싸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해 예산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대치 중인 지난 8일 한나라당 의원과 당직자들이 민주당의 봉쇄를 뚫고 국회 본회의장에 진입하고 있다. 김충환, 김정훈 의원 등이 몸싸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의 연평도 도발 등으로 국가적 비상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각 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빚어진 의원들의 ‘싸움질’에 비판여론도 비등하고 있다.

 전날부터 국회 곳곳에서 발생한 여야간 충돌은 8일에도 이어져 오후에는 국회 중앙홀과 본회의장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중앙현관문 앞에서 집단 몸싸움이 벌어졌다.

 점심시간 직후인 오후 1시45분께 한나라당 당직자 및 의원보좌진 100여명이 중앙홀에 들어서자 민주당측 100-150명은 진입을 저지하기 위해 현관문 앞에서 겹겹이 스크럼을 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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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측이 한덩어리로 뭉쳐 본회의장 현관 안쪽으로 들어가려 하면서 양측이 충돌,중앙홀은 순식간 고함과 욕설,비명과 함성이 뒤엉키는 아수라장으로 돌변했다.

 한나라당 인사들은 “으싸,으싸”를 외치며 4-5차례 돌파를 시도해 자당 의원들을 1∼2명씩 본회의장으로 들여보냈고,그때마다 민주당측은 이들의 진입을 저지하느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현관문 오른쪽 유리벽에는 금이 갔다.

 민주당 전현희 원내대변인은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이 주먹으로 우리당 강기정 의원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는 바람에 출혈로 와이셔츠에 피가 많이 묻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양복과 와이셔츠 앞뒷면이 찢겨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충돌을 통해 한나라당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정몽준 전 대표와 권영세,이경재,이종혁,정미경,신상진,이정선,이인기,공성진,전여옥 의원과 이재오 특임장관 등이 차례로 본회의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몇몇 민주당측 인사들은 이상득 전 부의장에게는 “그냥 돌아가시지요”라고 말하는가 하면 이재오 장관에게는 “안돼.못 들어가게 해”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거친 몸싸움이 계속되는 와중에도 현관문 앞 중앙홀에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이인영,김영춘 최고위원,차영 대변인이 나란히 눈을 감은채 가부좌를 틀고 중앙홀 바닥에 앉아 무언의 시위를 벌였다.

 한나라당 박종근,홍준표 의원을 마지막으로 오후 2시23분 본회의장에 들어간 한나라당 의원이 의결정족수를 넘는 156명으로 알려지면서 중앙홀의 한나라당 인사들은 “와!”하며 환호성을 올렸고 현관문도 닫혔다.

 여야는 1시간 소강상태를 이어가다 밤 10시40분부터 곳곳에서 격한 충돌을 이어갔다.

 본청 3층 국회의장실로 향하는 통로를 확보한 한나라당측이 국회 중앙홀로 연결되는 유리 출입문에 의자,책상 등을 쌓으며 원천 봉쇄에 나서자 민주당측이 우르르달려들어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양측의 욕설과 고성이 오간 것은 물론 한쪽 유리문이 ‘와장창’ 깨지며 비명이 터지기도 했다.민주당이 끌어낸 집기는 20여점에 달하며,이들 집기는 1층에서 중앙홀로 연결되는 계단에 쌓였다.

 손학규 대표,정세균 전 대표,박지원 원내대표 등 10여명의 민주당 의원은 높이 쌓여있던 집기가 어느 정도 줄어들자 그 위에 올라서 국회의장실 진입을 시도했으나,한나라당 의원 및 보좌진,국회 경위들이 막아서 집기를 사이에 둔 팽팽한 신경전이 20분여간 계속됐다.

 이어 상황은 여야간 ‘본회의장 쟁탈전’으로 전개됐다.

 국회 본회의장으로 입장하는 오른쪽 출입문을 이미 확보한 야당측은 11시10분께부터 본회의장으로 향하는 강화유리문을 깨고 그 틈으로 입장했다.

 보좌진의 철통 경호를 받으며 본회의장 입장에 성공한 민주당 및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곧바로 국회의장석과 단상 점거에 나섰다.

 권오을 국회 사무총장은 민주당이 본회장 진입을 위해 강화유리를 깬 데 대해 “본회의장 강화유리를 불법 파손하고 진입한 것은 개원 이래 처음”이라며 강력한 유감을 표시하는 동시에 원상복구를 촉구했다.

 국회 245호 의원총회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 등은 민주당의 본회의장 점거 소식을 접하자마자 발걸음을 국회의장실로 옮겼으며,국회의장실에서 대기하고 있던 한나라당 의원들도 정의화 부의장실 쪽 출입문을 통해 본회의장으로 부랴부랴 입장했다.

 이에 따라 본회의장 내 단상은 여야 의원들이 뒤엉켜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으며,민주당 김진애 의원이 버티고 앉은 국회의장석 및 단상 주변에서 여야 의원간 20여분간 거친 몸싸움이 벌어졌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팔을 겉어붙이고 야당 의원과의 멱살잡이를 불사했으며,여성 의원들까지 물리적 충돌에 가세,고성과 비명이 뒤섞이는 상황에서 손톱이 부러지고 찰과상을 입는 등 경상자가 속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일단 의장석을 확보하기는 했으나,의사봉을 손에 쥐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밤 11시50분 현재까지 한나라당 70여명,민주당 50여명이 본회의장에 들어섰으며,여야 양측은 본회의장에서의 ‘1박’을 위해 보좌진으로부터 담요를 긴급 공수받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일부 의원들은 “언제까지 국회가 이런 모습을 보일지 걱정”,“내가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탄식하기도 했다.

 한편 국회 본청 정문 앞에는 국회 방호원들 외에도 국회 국회경비대원 100여명이 경비에 나섰다.

 권오을 사무총장은 “경호권이나 질서유지권을 발동한 것은 아니다”며 “과거 국회 본청 유리창을 통해 일부 보좌진이 입장을 시도,이를 막기 위해 국회경비대원들이 경비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3시40분께 마지막으로 한나라당 김형오,이주영 의원과 진수희 보건복지부장관이 본회의장으로 들어가자 중앙홀은 일순 공백이 왔다.

 그러나 여야 보좌진간 감정이 터져나오며 일부 주먹다짐이 벌어지거나,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와 민주당 소속 송영길 인천시장의 최근 언행을 빗대어 상대 당에 “보온병”,“폭탄주”라고 외치는 등 야유가 오갔다.

 난투극 과정에서 보좌관 몇 명이 출입통제구역인 본회의장 밖 의원 대기공간까지 밀려들어가자 “이런 선례를 남기면 나중에 본회의장까지 들어올 수 있다”고 지적하는 의원도 있었다.

 한나라당 의원 160여명이 본회의장에 자리를 채우며 본회의 임박을 알렸다.안상수 대표는 입장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민주당 보좌진에 막혀 두차례의 시도에도 불구,본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하자 정의화 국회부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회권을 위임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와 의원들도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몸싸움에 진입이 가로막혀 본회의 참석이 좌절됐다.

 4시15분께 한나라당 의원들이 단상을 점거한 50여명의 야당 의원들을 끌어내리기 시작했다.

 김무성 원내대표가 단상 아래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을 향해 “다 나와”라고 말하자 중진 등 20여명을 제외한 대부분이 앞으로 몰려나갔다.이들은 곧바로 단상으로 올라가 3∼4명에 1명씩 야당 의원들을 끌어내렸다.

 민주당 의원들은 발버둥을 치거나 “부끄러운 줄 알라”며 고함을 쳤다.진보신당 조승수 대표는 “이것이 한나라당 정치냐”고 고함을 쳤다.여야 의원간 멱살잡이와 발길질도 목격됐다.

 한나라당 이은재,손숙미,김소남 의원 등은 야당 여성 의원에게 다가갔다.

 의장석을 지키던 민주당 최영희 의원이 먼저 끌려내려갔다.

 이은재 의원이 의자를 끌어안고 버티는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에게 “쇼 좀 그만하라”며 끌어내려 하자 이 대표는 “내 몸에 손대지 말라”며 격렬히 소리쳤다.그는 단상을 내려온 뒤 결국 들것에 실려 본회의장을 나갔다.

 단상을 빼앗긴 민주당 의원들은 “권력의 개가 됐나”,“이렇게 하는게 어딨어”,“어떻게 사람을 개.돼지 끌어내 듯 하느냐”며 일제히 반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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