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지도부는 ‘육탄’ 독려… 질서유지권도 안 통한 국회

여·야 지도부는 ‘육탄’ 독려… 질서유지권도 안 통한 국회

입력 2010-12-09 00:00
업데이트 2010-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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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판 국회’ 이모저모

“이것이 정의다.”(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 “3년 연속 날치기하는 이명박 정권을 국민이 반드시 심판해 주기 바란다.”(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 한나라당이 민주당 등 야당 측과 치열한 몸싸움 속에 8일 새해 예산안을 강행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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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예산안 처리를 놓고 8일 오후 여야가 국회에서 격돌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당직자들과 함께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며 민주당의 철통 봉쇄를 뚫고 하나 둘씩 본회의장에 들어서고 있고(왼쪽부터), 여야의 험악한 격돌 상황에서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이 야당 의원들과의 몸싸움 과정에서 옷이 찢어졌으며, 본회의장 진입에 성공한 한나라당은 의장석을 점거한 뒤 한나라당 정의화 부의장의 사회로 예산안 등을 단독처리했다.   연합뉴스·이호정·도준석기자 hojeong@seoul.co.kr
2011년 예산안 처리를 놓고 8일 오후 여야가 국회에서 격돌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당직자들과 함께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며 민주당의 철통 봉쇄를 뚫고 하나 둘씩 본회의장에 들어서고 있고(왼쪽부터), 여야의 험악한 격돌 상황에서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이 야당 의원들과의 몸싸움 과정에서 옷이 찢어졌으며, 본회의장 진입에 성공한 한나라당은 의장석을 점거한 뒤 한나라당 정의화 부의장의 사회로 예산안 등을 단독처리했다.

연합뉴스·이호정·도준석기자 hojeong@seoul.co.kr


전날부터 국회 의장석을 점거한 민주당 여성의원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한나라당 의원들 간 충돌 끝에 오후 4시 20분쯤 한나라당 김소남 의원이 국회의장석을 뺏었다.

25분 뒤쯤 정의화 국회 부의장이 본회의 개회를 선언, 일사천리로 방망이를 두드렸다. 새해 예산안이 상정되고 이주영 예결위원장의 ‘간단한’ 심사 보고가 이어지는 동안 야당 의원들은 “내려와, 내려와”를 연호했다.

310조원에 이르는 새해 예산안은 순식간에 여야 합의 없이 국회를 통과했다. 오랜 시간 국회 본회의장 안은 탄식과 환호가 교차했다.

전날 1차 ‘예산 대전’으로 긴장감에 휩싸인 국회는 이날 오전부터 벌어진 여야의 2차 예산 대전으로 위기감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한나라당 예결위원들은 오전 10시부터 속속 국회 245호실로 집결하며 단독 처리 수순에 돌입했다. 문을 걸어 잠그고 4분여만에 예산안을 본회의로 넘겼다.

허를 찔린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은 오전 10시 30분쯤부터 본회의장 출입구를 막아섰다. 본회의장 로텐더홀에서 꼬박 밤을 새운 손학규 대표와 이인영·김영춘 최고위원은 눈을 감은 채 곧 닥쳐올 상황을 그리는 듯했다. 손 대표는 앞서 로텐더홀에서 가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독재” “이성을 잃은 폭거, 쿠데타”라며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한나라당의 단독 의결로 예산안이 예결위를 통과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야당 보좌진들과 당직자들은 스크럼을 짜며 본회의장 주변에 늘어섰다.

오후 1시 40분쯤 한나라당 홍준표·원희룡 의원이 앞장서서 본회의장 입구로 들어서자 야당 보좌진들이 몰려들면서 대치가 시작됐다. “날치기 반대” 구호가 로텐더홀을 뒤흔들었다. 진입을 시도하는 한나라당과 결사적으로 막아서는 민주당의 격렬한 밀고 당기기가 계속됐다. 여성 당직자가 실신했고 곳곳에서 고함 소리가 터져 나오는 등 본회의장 입구는 아비규환을 방불케 했다. 한나라당 이인기 의원은 양복이 갈갈이 찢어졌다.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에게 주먹으로 얼굴을 맞아 많은 피를 흘렸다. 김 의원도 주변에서 수차례 얼굴을 가격당했다.

10여분 뒤 박희태 국회의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했다. 사회를 보기 위해 본회의장으로 들어가려던 박 의장은 결국 민주당 측에 막혀 정의화 국회 부의장에게 사회권을 위임했다. 뒤늦게 본회의장에 들어가려던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야당 측 관계자들에게서 “보온병, 보온병” 소리를 듣는 곤욕을 당했다.

오후 2시 30분쯤 본회의장 안에서 “의결 정족수가 됐다.”는 말이 타전됐다. 한나라당 160여명, 민주당 60여명의 의원들은 국회의장석 주변에서 충돌을 반복했다.

그동안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던 두 당의 원내 사령탑들은 끝내 등을 돌렸다.

구혜영·강주리·김정은기자

koohy@seoul.co.kr
2010-12-0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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