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단, ‘스파이’여부 규명에 초점 맞출듯

조사단, ‘스파이’여부 규명에 초점 맞출듯

입력 2011-03-13 00:00
업데이트 2011-03-13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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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합동조사단의 13일 오후 도착을 시작으로 상하이 스캔들 조사가 본격적으로 개시될 예정인 가운데 조사단은 이번 일이 ‘스파이 사건’인지를 규명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는 사건의 핵심인물인 중국여성 덩모(33)가 소지했던 USB와 디지털카메라의 일부 영상을 한국인 남편 J(37)씨로부터 넘겨받고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와 각 부처 관련 주재관들을 상대로 사건의 1차 조사를 끝냈다면 상하이 현지조사를 통해 세간에 퍼진 의혹처럼 상하이 스캔들의 본질이 스파이 사건이었는지를 조사하겠다는 의지를 비치고 있다.

정부는 당초 사건이 불거져 나온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단순히 성추문사건으로 파악하고서 관련자들을 소환해 진술을 듣고 인사조치하는 선에서 처리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덩씨의 남편이 물적증거를 바탕으로 국내 언론사에 제보해 그 ‘추악한’ 스캔들의 실체가 드러난데다 그 과정에서 상대인 중국이 스파이 사건으로 비화하는데 강한 거부감을 보이자 정식 ‘절차’를 통한 사건실체 규명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후문이다.

아울러 이번 사건이 애초 성추문에서 국가기밀유출 의혹으로 비화하자 마치 중국이 ‘공작’의 주체처럼 비쳐지고 “덩씨가 탈북자 송환에 도움을 줬다”는 김 전 총영사의 무책임한 발언과 상하이 최고 권력층의 연관성 등이 불거져 나오면서 중국은 불편함을 간접적으로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현지조사가 늦어져 의혹이 증폭될 경우 자칫 한중 외교갈등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보고 서둘러 ‘진상규명후 신속한 처리 입장’으로 선회했다는 관측도 있다.

정부는 우선 일주일 가량 상하이 현지조사후 서울로 돌아가서 종합 판단해 최종적인 결론을 낸다는 계획이다. 상하이 현지조사 과정에서는 ‘입을 닫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1일 안총기 신임 상하이 총영사는 첫 부임 일성으로 ‘내부 조사’를 강조하고 중간발표 불가 입장을 전한 바 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지난 11일 국회 남북관계특위에서 “진실이 확실해져야 다음 단계로 간다. 무엇이 유출됐는지를 알아야 유통 경로를 알 수 있고 비밀 여부도 판정할 수 있다”고 말한데서도 그런 기류가 읽힌다. 김 장관은 “필요하면 형사고발 조치도 할 것”이라고 밝힌 점도 주목된다.

따라서 국무총리실과 외교통상부, 법무부 등으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은 상하이에 도착해 곧바로 비자발급과 관련된 편의제공 또는 금전수수 비리 여부과 더불어 총영사관의 자료 유출에 초점을 맞춘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덩씨와의 부적절한 관계가 의심되는 김 전 총영사와 전직 영사 법무부 파견 H씨, 지식경제부 파견 K씨, 외교부 P씨 등이 사용한 컴퓨터 본체가 주요 타깃이다.

제보된 덩씨의 USB와 디지털카메라 영상으로 볼 때 문제의 ‘MB 선대위 비상연락망’, ‘서울지역 당원협의회 위원장 비상연락망’ 등 정부·여당 인사들의 휴대전화번호 등이 빼곡히 적힌 연락처 사진은 지난해 6월 1일 덩씨의 카메라로 찍은 것으로 확인됐고 같은 날 김 전 총영사가 덩씨의 어깨를 감싸고 찍은 사진이 발견된 점으로 미뤄 이는 김 전 총영사가 연관됐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해 김 전 총영사는 문제의 사진은 자신과 관련이 없다고 항변하고 있어 조사단은 방증 조사를 통해 이를 규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특채파동과 연평도 혼란에 묻힌 외교부 인사’라는 문건도 덩씨의 USB에서 발견됐는데 그 용처에도 관심이 쏠린다. 여기에는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 특채 파동이후 외교부 인사동향과 내부 분위기가 적혀 있다.

따라서 조사단은 지금까지 노출된 정보유출 의혹과는 다른 ‘민감한’ 정보가 흘러나갔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김 전 총영사를 포함해 문제의 주재관들이 각각 상하이 영사관과 해당 부처 내부 통신망에 있던 정보를 유출했는지를 유심히 살펴볼 것이라는 예상이다. 일단 관련자들의 내부통신망 접속과 특정정보 및 문서 복사 기록을 꼼꼼하게 뒤져보고 이를 덩씨의 USB 기록과 비교해보면 적어도 어떤 정보가 유출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상하이 영사관내 김 전 총영사와 각 부처 주재관들은 덩씨로부터 상하이 권력층 면담을 주선해주는 ‘도움’을 받았다는 점에서 그 대가로 한국 고위층의 연락처를 포함한 기밀이 덩씨에게 흘러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상하이 한국영사관의 고위층의 경우 중국 공안당국의 ‘관심’ 대상이라는 점에서 전화통화를 포함한 동태가 파악됐을 것이고 그런 가운데 이들과 접촉이 잦았던 덩씨는 자연스럽게 공안과 연계됐을 것이라는 추론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는 덩씨를 조사하지 않고서는 밝힐 수 없는 것이어서 진상규명에는 어떻게든 ‘한중 합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상황을 단순하게 보면 상하이 한인사회를 바탕으로 브로커 활동을 해온 덩씨가 가장 큰 이권인 비자발급 대행권을 따내기위해 수년째 상하이 영사관에 공을 들였고 이번 추문도 그런 ‘작업’의 연장선에서 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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