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치밀해지는 중국 공안의 탈북자 체포수법

갈수록 치밀해지는 중국 공안의 탈북자 체포수법

입력 2012-02-24 00:00
업데이트 2012-02-24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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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침투…미행·함정체포 등 다양한 수단 동원”

중국 공안이 탈북자를 체포하는 수법이 갈수록 치밀하고 교묘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체포한 탈북자를 스파이로 활용해 다른 탈북자들을 체포하는가 하면 함정수사 등을 통해 탈북자들의 길목을 미리 지키고 있다가 붙잡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탈북자를 한국으로 데려오려다 중국 공안의 체포로 실패한 브로커 엄금철(가명.52) 씨는 24일 “내가 데려오던 일행 중에 중국 공안이 심어놓은 스파이가 있었다”며 “그들은 공안의 함정수사에 걸려 모두 체포됐다”고 전했다.

◇스파이 침투…미행에 함정체포까지 = 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합 대표는 “지난 8일 중국 선양(瀋陽)에서 체포된 탈북자 12명 일행 중에 남매 스파이가 있었다”며 “이들 남매는 체포된 다음날 풀려나서는 다시 한국행 탈북자 브로커를 수소문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들 남매는 공안에 돈을 주고 풀려났다고 말했지만 그들은 돈이 없는 애들”이라며 “그 남매가 공안 스파이 같다”고 추정했다.

일반 탈북자들은 공안에서 풀려나면 한동안 무서워 숨어 지내는데 풀려난 즉시 브로커를 찾아나선 이들 남매의 행동은 상식 밖이라는 얘기였다.

그는 “우리가 랴오닝성 공안국 간부에게 1억 원을 줄 테니 사람을 빼달라고 부탁했지만, 그가 이번엔 어렵다고 했다. 그런데 어떻게 그 남매가 풀려날 수 있었겠느냐”며 “이번 공안의 탈북자 체포는 계획적이고 치밀한 함정체포였다”고 주장했다.

엄씨는 “공안 스파이는 한국행 탈북자로 위장해 집결지를 알아낸 뒤 공안에 자신의 위치를 알린다”며 “중국 공안은 소규모 탈북자 일행을 곧바로 잡지 않고 최종 집결지까지 그들을 미행해 거간꾼을 포함한 전체 일행을 붙잡는다”고 설명했다.

◇체포한 탈북자에 석방 대가로 ‘협조’ 강요 = 2002년 입국한 탈북자 박모(여.46)씨는 “중국 공안이 체포한 탈북자를 포섭해 스파이로 이용하는 수법은 2000년대 초부터 사용했던 것”이라며 “그때와 비교하면 최근에는 탈북자 출신 공안 스파이 수가 훨씬 많아지고, 스파이에게 주는 보상도 다양해졌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박씨에 따르면 중국 공안은 ‘전과(?)’를 올린 탈북자 출신 스파이에게는 중국 내에서 자리 잡고 살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한다. 하지만 탈북자들이 공안의 ‘협조’ 요구를 거부할 때는 무거운 혐의를 씌워 북송하겠다고 위협한다는 것.

박씨는 “중국 공안은 ‘공로’에 따라 스파이에게 포상금을 주기도 하며 심지어 이들이 한국으로 가고 싶다고 해도 붙잡지 않는다”며 “탈북자가 자신이 살아남으려고 같은 처지의 탈북자들을 고발하게 하는 중국 공안의 수법은 비인간적”이라고 비난했다.

박씨의 말대로 중국 공안의 스파이 노릇을 하다가 그 보상으로 한국 입국에 성공하는 탈북자들이 꽤 있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전언이다.

2008년 입국한 탈북자 최영섭(가명.49) 씨는 “내가 중국 공안에 체포됐을 때 나를 밀고했던 스파이(여성)가 지금 한국에 와서 살고 있다”며 “그 여성 때문에 북한에 끌려가 죽도록 고생했지만 모두 지난일이라 그를 용서했다”고 전했다.

최씨는 “중국에서 스파이 짓을 하다 한국에 온 탈북자가 한둘이 아니다”며 “그들도 저 살자고 그런 짓을 했는데 욕할 것도 못 된다. 저들끼리 물고 뜯게 만드는 중국 공안이 야비한 것”이라고 중국 당국을 비난했다.

◇기차역·버스정류장서 단속 강화…탈출경로에 매복도 = 중국 공안은 탈북자들의 탈출 경로를 훤히 꿰뚫고 있다는 것이 탈북 브로커 엄금철씨의 설명이다. 중국 공안은 탈북자들이 주로 다니는 길목인 중국-몽골, 중국-태국 등 국경지역에 미리 매복해 있다가 탈북자들을 붙잡는다.

한때 많은 탈북자가 중국 네이멍구 지역을 통해 몽골로 넘어가기도 했지만, 중국 공안의 매복작전 때문에 이 루트는 폐쇄됐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얘기다.

중국 당국은 또 기차역, 장거리버스 정류장 등에서 의심스러운 승객을 대상으로 불심검문해 탈북자들을 색출한다. 최근에는 역전, 정류장에서 주민증 검사를 강화해 탈북자들의 중국 내 이동마저 매우 어려워졌다고 대북소식통들이 전했다.

한 북한인권단체 관계자는 “중국 당국은 탈북자를 제보하는 중국인들에게 포상금을 주는 방법으로 탈북자를 색출하기도 한다”며 “주로 지린성, 랴오닝성의 중국인들이 포상금 때문에 탈북자를 고발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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