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정은 담화 내용으로 본 통치구상

北김정은 담화 내용으로 본 통치구상

입력 2012-04-19 00:00
업데이트 2012-04-1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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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군노선·경제재건에 초점…김정일 유훈 따르기

북한이 19일 공개한 김정일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담화내용은 외교부문을 제외한 김 1위원장의 국정운영 구상을 보여준다.

노동당 제4차 당대표자회(11일)를 앞둔 지난 6일 당 중앙위원회 일꾼들을 상대로 내놓은 김 1위원장의 담화에는 외교 및 대남정책을 제외하고 정치, 경제, 국토관리, 문화, 교육사업 등 전 부문에 걸친 김정은 체제의 과제와 정책방향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다.

김일성 주석의 100회 생일(4월15일.태양절)을 앞두고 당-정-군을 아우르는 권한을 거머쥐고 공식출범한 김정은 체제는 일단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 관철에 가장 큰 비중을 둔 것으로 분석된다.

김 1위원장이 담화에서 “선군(先軍)은 우리의 자주이고 존엄이며 생명”이라며 “당의 선군혁명노선을 틀어쥐고 나라의 군사적 위력을 백방으로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역설한 것은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김정은 체제는 유훈 관철을 위해 선군노선을 토대로 당면과제인 체제 안정과 경제 재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담화에서 김 1위원장은 “선군시대 경제건설노선의 요구대로 국방공업 발전에 선차적인 힘을 넣어야 한다”고 강조해 김정일 시대에 수립된 국방공업 우선의 경공업·농업 동시발전 노선을 유지할 것임을 천명했다.

김 1위원장은 담화에서 선군노선 외에 경제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춰 경제 재건을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김 1위원장은 지난 15일 김주석 100회 생일 기념행사로 열린 군 열병식에서 한 연설에서도 “일심단결과 불패의 군력에 새 세기 산업혁명을 더하면 그것이 곧 사회주의 강성국가”라며 “새 세기 산업혁명의 불길, 함남의 불길을 더욱 세차게 지펴올려 경제강국을 전면적으로 건설하는 길에 들어서야 할 것”이라고 경제 재건을 당면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그는 이날 담화에서도 “인민생활 향상과 경제강국 건설에 결정적 전환을 일으켜야 한다”며 식량 및 전력공급의 정상화와 주민생필품 생산을 독려했다. 또 “’함남의 불길’에 따라 인민경제의 선행부문, 기초공업부문을 빨리 추켜 세워 경제 발전의 토대를 튼튼히 하며 인민경제 모든 부문에서 생산적 앙양을 일으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새 세기 산업혁명의 불길 높이 우리나라를 지식경제강국으로 일떠세워야 한다”며 과학기술과 생산의 연계를 강하게 주문했다.

북한이 말하는 ‘새세기 산업혁명’은 CNC(Computer Numerical Control: 컴퓨터를 이용한 수치제어)로 대표되는 과학기술 개발을 산업과 연관시켜 경제에서 ‘단번 도약’을 이루겠다는 전략을 뜻한다.

‘경제는 내각 중심으로 운영’이라는 지침을 제시한 것도 이번 담화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김 1위원장은 “경제사업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내각에 집중시키고 내각의 통일적인 지휘에 따라 풀어나가는 규율과 질서를 철저히 세워야 한다”며 ‘경제 내각책임제’를 다시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북한은 지난 2002년 ‘7·1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내각 주도로 실시하면서 경제개혁을 추진하다가 실패한 이후 내각의 역할이 약화하고 당이 경제정책에 관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1위원장의 이번 지시에 따라 당의 경제사업 관여가 축소되고 당·정 간 역할분담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 체제가 당은 북한사회를 ‘일심단결의 대가정’으로 만드는 데 주력하고, 내각이 경제 재건에 앞장서는 ‘북한식의 역할분담’을 재도입하려는 것 같다”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그러나 김 1위원장이 경제 재건을 위해 제시한 과제와 해결책은 이미 김정일 시대에 수립되고 추진돼온 것임을 감안하면 북한이 정책변화 없이 기존의 경제정책과 노선에 따라 경제 재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이런 점을 근거로 당분간 김정은 체제에서 경제 개혁 논의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현재 북한이 처한 대내외적 여건으로 인해 김정은 체제가 새 정책과 노선을 제시할 수 없기 때문에 아버지 김정일의 경제정책과 노선을 당분간 유지할 수밖에 없다”며 “대내경제 시스템을 개혁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다만 대내경제와 달리 대외경제에서는 김정일의 유훈 실현을 위해 북중 경제협력을 기반으로 황금평이나 나선 개발 등 제한적 개방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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