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재입북…탈북자 관리에 ‘비상등’

잇따른 재입북…탈북자 관리에 ‘비상등’

입력 2012-11-09 00:00
업데이트 2012-11-09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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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4천명시대..‘궤도이탈’ 실태파악도 안돼

국내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탈북자)의 재입북이 잇따르면서 탈북자 관리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탈북자의 안정적인 정착은 통일준비의 시금석이라는 측면에서 정부 당국의 세밀한 실태 파악과 대책이 요구된다.

◇연이은 재입북..20대 부부까지 = 평양에서 8일 기자회견을 한 김광혁씨 가족의 재입북은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씨와 부인 고정남씨는 20대 후반의 젊은 부부이고 남한에서 태어난 두 살짜리 아들까지 데리고 재입북을 감행했기 때문이다. 김씨 부부는 9월 초 출국해 중국 선양을 통해 재입북한 것으로 전해졌다.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해 국내에 입국한 지 불과 3~4년 만에 온 길을 되돌아간 것이다. 특히 김씨는 같은 탈북자 출신으로 현재 대구에서 거주하는 모친과 남동생을 두고 북한행을 택했다.

김씨 부부는 기자회견에서 남한 생활에 환멸을 느끼고 재입북했다고 주장했지만 정확한 재입북 동기와 경위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탈북자 재입북 사례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만 이번을 포함해 총 4건이다.

지난 2000년 유태준씨가 재입북했다가 다시 탈북했고, 2006년 입국한 박인숙(여성)씨는 올해 5월 중국을 통해 재입북 해 북한에서 기자회견까지 했다.

지난 6월에는 강원도 춘천에 거주하던 전영철씨가 국내 입국 2년도 안 돼 재입북했다. 전씨는 7월 평양에서의 기자회견에서 남한 내 탈북자 단체인 ‘동까모’(김일성 동상을 까는 모임)와 남측 정보기관, 미국의 사주로 국경지방의 김일성 동상을 파괴하려다가 체포됐다고 주장했다.

◇탈북자 2만4천명시대..실태 파악에 한계 = 통일부는 탈북자들의 재입북이 잇따라 발생하자 지난 8월 심리상담 강화 등을 통한 재발 방지를 다짐했다. 그러나 불과 한 달여 만에 재입북 사태가 다시 발생했다.

유사 사례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 수가 지난달 말 현재 2만4천309명을 기록했지만 체계적인 관리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은 해외에 나가 국내에 장기간 들어오지 않거나 제3국에서 망명을 신청한 탈북자 등에 대한 실태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재입북의 경우도 북한의 공식 발표로 확인된 4건 이외에 추가로 있을 수 있지만 정부는 자신 있는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탈북자들 사이에서는 “주변에 없어진 사람들이 많다”면서 4건 이외에도 상당수의 재입북 사례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올해 들어 발생한 박인숙, 전영철, 김광혁씨 가족의 재입북도 정부는 한 달 이상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체제 단속’ 목적의 북측 발표로 인지했다.

탈북자들의 이탈을 막기 어려운 것은 여행의 자유와 사생활 침해 우려로 해외 출국을 막을 수도 없고, 출입국 기록을 별도로 관리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관계부처간 활발한 정보 공유를 통해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탈북자들이 제3국으로 떠돌거나 북한으로 돌아가는 동기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상당수는 적응 실패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세밀한 맞춤형 지원을 통해 탈북자들의 궤도 이탈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탈북자가 국내에 입국하면 하나원에서의 3개월간 초기 정착교육에 이어 지역 하나센터에서 3주간의 지역 적응교육과 1년간의 사후지원을 하고 있다. 특히 거주지보호담당관(시군구 지자체), 신변보호담당관(경찰), 취업보호담당관(고용노동부 산하 고용센터), 정착도우미(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등 다중적 지원망을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탈북자들은 정착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이 탈북자 8천29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에서 30% 이상이 한 달 평균 100만원 이하의 저소득층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활동가능인구에서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인 고용률은 49.7%로 전체 국민 평균인 58.7%보다 낮았고 실업률은 12.1%로 전체국민 3.7%보다 3.3배나 높았다.

한 해 250억원대의 예산을 쓰는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이 효율적인 지원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탈북자 출신인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장은 “탈북자들의 이탈은 상당수가 부적응에 따른 것”이라면서 “효율적인 지원시스템을 통해 탈북자들에게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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