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無공천철회, ‘진격 실패’ 혹은 ‘질서있는 퇴각’?

野 無공천철회, ‘진격 실패’ 혹은 ‘질서있는 퇴각’?

입력 2014-04-11 00:00
업데이트 2014-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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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실패인가, 아니면 질서있는 퇴각이었나.’

김한길,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10일 국회에서 ‘기초공천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한길,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10일 국회에서 ‘기초공천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정치연합이 10일 전당원투표 및 일반국민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기초선거 무(無)공천 방침을 번복하면서 야권 안팎에서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외견상으로는 ‘새정치’를 내세워 ‘무공천 추인’을 호소했던 안철수 공동대표로선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격이 됐다. 지난달 2일 통합 선언으로 ‘호랑이굴’로 들어온 이후 ‘당심’의 벽에 부딪혀 신념이 좌절되는 첫 사례를 맞게 된 셈이다.

무공천 원칙론을 고수하던 안 대표를 설득, ‘우회론’을 제안했던 김한길 공동대표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두 대표 주변에선 ‘투톱’이 이 같은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전날 밤 끝난 조사 데이터가 바로 밀봉되는 등 철통보안에 붙여진 탓에 두 대표도 10일 오전 이석현 관리위원장의 공식 발표 직전에서야 결과를 보고받았다.

”어젯밤 잘 잤느냐”는 한 최고위원의 질문에 “잘 잤다”(김 대표), “어느쪽이든 결과를 따르기로 했는데 잘 못 잘 일이 있겠느냐”(안 대표)며 담담한 표정을 짓던 두 대표는 이 위원장의 보고에 일순 얼굴이 굳어졌다는 후문이다.

안 대표가 이날 결과 공개 6시간이 지나서야 공식 입장을 표명한 것도 충격의 깊이를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한 핵심 관계자는 “두 가지 경우의 수를 대비해 시나리오를 짜긴 했지만, 실제 이런 상황이 현실화되리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다”며 “그야말로 멘붕 상태”라고 토로했다.

앞서 당에서 비공식적으로 실시했던 시뮬레이션에서 당원투표의 경우 10% 포인트, 일반국민 여론조사는 20% 포인트 가량씩 ‘무공천’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이러한 흐름이 유지될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천 U턴론’을 미리 예상하지 못했다면 지도부의 ‘전략 미스’ 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안이하게 결과를 낙관한 채 ‘도박’에 가까운 승부수를 던졌다는 것이다.

특히 조사 과정에서 문항 설계를 두고 공천 찬성 쪽에 유리하게 적용됐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공천을 주장하는 친노(친노무현)계 의원들이 문자로 투표를 독려하기도 해 이상기류를 어느 정도 감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와 관련, 당 일각에서는 이날 조사결과 공개 후 한때 ‘당직자 사퇴설’ 등 문책론이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절차적 민주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면돌파 승부수였다는 지도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당 일각에서는 당원·일반국민 여론조사 카드 자체가 ‘회군’을 위한 출구 전략 차원에서 추진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무공천을 지켜내려는 의지가 얼마나 있었느냐는 회의론인 셈이다.

실제 지도부 일각에선 이번 조사를 안 대표 신임문제와 연계하자는 주장도 한때 제기됐으나 채택되진 않았다고 한다. 한 핵심인사는 “무공천을 관철하려면 직을 거는 비장함으로 배수진을 쳤어야 한다”며 이처럼 ‘결기’를 보이지 않은 데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애당초 굴러들어온 돌 신세인 안 대표로선 ‘공천’을 주장하는 당내 박힌 돌들의 저항을 뚫고 ‘무공천’ 소신을 밀어붙이기엔 버거운 상황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욱이 무공천으로 지방선거를 치렀다가 패배할 경우 두 대표 모두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처지였다.

안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 대표인 제 신념이 당에 강요되는 독선이 돼선 안 된다”는 말로 심정을 토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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