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당국회담 실무접촉 왜 응했나…전문가 진단(종합)

北, 당국회담 실무접촉 왜 응했나…전문가 진단(종합)

입력 2015-11-20 14:04
업데이트 2015-11-20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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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의 남북 당국회담을 위한 실무접촉 제의에 두 달가량 반응을 보이지 않던 북한이 26일 실무접촉을 하자고 호응한 데 대해 국내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남북관계를 전반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내년 5월 제7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한반도 평화와 정세 안정에 북한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점을 대내외에 알리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실무접촉이 이뤄지면 당국회담에서 다뤄질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금강산 관광 재개, 북핵 문제 등에 대한 의제와 회담 규모, 장소, 시기 등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음은 북한의 실무접촉 제안에 대한 배경과 실무접촉에서 다뤄질 내용에 대한 남북관계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북한이 실무접촉에 응한 것은 ‘8·25 합의’ 이후 미국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대외관계를 개선하겠다는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다. 인민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대외관계 개선은 경제를 도약시킬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에 이를 선제적으로 풀어보자는 것이다. 또 내년에 7차 당 대회도 있고 국제적인 위상을 높인다는 정치적 목적도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 측이 마지막 제안을 한 지 두 달 정도 지났는데 실무접촉 시작하면서 민간교류 활성화 등의 흐름을 확장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무접촉에서는 회담 대표가 누가 될 것인지, 의제는 무엇으로 할지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을 것이다. 우리 측에서는 이산가족 상시 접촉, 서신교환 등을 비롯해 북핵 문제와 인도적 문제를, 북측에서는 한반도 평화 문제, 체제통일과 인권 등 적대시 정책에 대해 이야기를 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이러한 정책적인 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서로 잘 아는 만큼 실제로는 금강산 관광 재개를 비롯한 실질적인 협력관계 증진, 발전 등에 관심을 많이 둘 것으로 보인다. 리충복 북한 적십자중앙위원회 위원장이 최근 이산상봉 때 서신교환 등을 언급한 것도 관계개선에 대한 전향적 자세를 보인 것이었다.

◇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북한의 실무접촉 수용이 늦어진 데에는 최룡해 노동당 비서와 오일정 당 군사부장 등이 해임된 이후 북한 지도부 내부의 동요가 일정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실무접촉이 열리면 누가 당국회담의 대표로 나설지가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석주 노동당 국제비서의 건강 악화로 최근 김양건 당 대남비서가 국제비서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어 과연 김양건 비서가 홍용표 통일부 장관의 상대로 당국회담에 나설지 주목된다. 2013년 6월 때처럼 남북이 당국회담 수석대표의 격 문제를 둘러싸고 대립한다면 남북관계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양건 비서가 직접 당국회담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도 대비해 다양한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북한이 우리 정부의 당국회담 예비접촉에 호응한 것은 우선 내년 5월 초 당 대회를 앞두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자신들이 주도한다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깔린 같다. 또한 12월에는 연말결산 등으로 바쁘니깐 11월 중에 보자는 것 같다. ‘8·25 합의’ 정신을 이행한다는 측면도 있다. 다만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남측에 통지문을 보낸 뒤 바로 언론에 공개했는데, 이는 향후 당국회담에서 ‘기싸움’을 예고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실무접촉에 나오자마자 그동안 남측이 대화분위기 조성을 해치는 언행을 한 데 대해 반드시 짚고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실무접촉에서는 당국회담의 명칭, 급, 규모, 의제, 장소 등을 논의할 것이다. 우리 측은 큰 틀에서 북핵 문제도 의제에 넣자고 할 것이고, 북한은 대북전단 살포나 금강산관광 재개, 5·24 조치 해제 등을 회담 테이블에 올리자고 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국회담 시기는 현실적으로 12월은 힘들 것 같고 아무래도 내년 초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 김용현 동국대 교수

북한이 내년 7차 당 대회를 앞두고 굳어진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 당국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을 하자고 전격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실무접촉에서는 남북이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생사 확인, 서신 교환, 금강산관광 재개 등 당국회담 테이블에 올릴 사안들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을 것이다. 물론 당국회담의 형식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다. 북한이 실무접촉 날짜를 제안했기 때문에 26일에 접촉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북한 측으로서는 먼저 판을 깨는 것은 부담스럽기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 유호열 고려대 교수

북한이 우리 정부의 당국회담 예비접촉에 지금 호응한 이유는 북한이 남북관계를 주도하고 미국과의 관계개선도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아무래도 북미관계가 개선되려면 남북관계 개선이 필요하지 않겠나. 더불어 내년 노동당 대회가 중요한 만큼 남북교류를 통해 남측에 경제적 지원을 요청하기 위한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북은 실무회담에서 5·24 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우리는 이산가족 명부 교환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당국회담의 형식도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국회담은 올해 말에 열릴 것으로 전망되며, 이 자리에서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운을 떼는 정도의 논의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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