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외압’ 의혹 공방에 법사위 파행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외압’ 의혹 공방에 법사위 파행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2-06 11:49
업데이트 2018-02-06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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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권성동 법사위원장 사퇴해야” vs 한국당 “집권여당이 책임 방기” 권성동 “수사외압은 허위사실…의혹제기만으로 물러나라 하면 안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6일 자유한국당 소속 권성동 법사위원장의 ‘수사외압 의혹’을 둘러싼 공방 끝에 파행됐다.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법사 위원들이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 의혹의 중심에 있는 권성동 위원장의 사임을 촉구하며 퇴장하고 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법사 위원들이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 의혹의 중심에 있는 권성동 위원장의 사임을 촉구하며 퇴장하고 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권 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며 회의를 ‘보이콧’했고, 한국당 의원들은 “집권여당으로서 책임을 방기하고 민생을 내팽개쳤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권 위원장은 “수사외압은 허위사실”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최근 무혐의 결정이 난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측근의 ‘후보매수 의혹’을 거론, “의혹 제기만으로 물러나야 한다면 우 원내대표부터 먼저 물러나라”고 맞받아쳤다.

민주당 의원들은 법사위 회의에 앞서 내부 회의를 열어 법사위 회의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당 간사인 금태섭 의원은 회의가 시작하자마자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강원랜드 수사가 외압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논란의 중심에는 권 위원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리실천 규범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는 경우 관련 활동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며 “권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해서는 안 된다. 권 위원장은 법사위원장직을 사임해야 한다”고 말한 뒤 퇴장했다.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은 곧바로 국회 정론관에서 권 위원장 사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회견문을 통해 “권성동·염동열 의원 등 현직 국회의원들도 부정 채용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에 국민이 느꼈을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며 “권 위원장은 혐의 유무가 명확해질 때까지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특히 “검찰 수사가 미진하다면 특검을 도입해서라도 채용비리와 수사외압 의혹에 대해 철저히 진상 조사를 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의장에 남은 한국당 의원들은 민주당 의원들을 성토했다.

한국당 간사인 김진태 의원은 “전에 민주당 박영선 위원장 같은 편파적인 위원장과도 일해봤지만, 개인적인 일로 위원장에서 나가라고 한 기억이 없다”며 “입만 열면 민생 현안을 처리해달라고 하면서 (회의를 거부한) 민주당의 행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민생을 내팽개쳤다”고 비판했다.

주광덕 의원 역시 “집권여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대면서 국민이 그토록 바라는 2월 국회의 법안 처리를 무산시켰다”며 “민주당 의원들이 대한민국의 민생과 발전을 박차고 나갔다. 국회의원의 기본적인 책무조차 이행하지 않는 무책임한 행위”라고 말했다.

윤상직 의원은 “한 검사가 (외압 의혹을) 폭로했는데 춘천지검이 아니라고 조목조목 반박을 했다. 검사가 폭로하고 지검이 반박하는 막장 드라마다”며 “권 위원장을 사퇴시키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를 만들겠다는 공작세력이 있는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의원은 특히 이번 외압 의혹 논란과 함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수사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문무일 검찰총장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등을 법사위에 출석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위원장은 신상 발언을 통해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입만 열면 법사위 때문에 국회가 안 돌아간다고 하는데 과연 법사위 때문인가, 우 원내대표 때문인가”라며 “여당이 아직 야당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 위원장은 “청와대 민정수석이나 민주당이 나를 공격하고 있는데 이 와중에 압력을 행사하는 바보가 어디 있나”라며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없고 (의혹을 폭로한) 안미현 검사의 주장은 허위다. 명예를 훼손하고, 수사 기밀을 누설한 안 검사에 대해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 원내대표는 측근을 통해 후보를 매수하고 국회의원에 당선됐는데 얼마 전에 슬그머니 혐의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우 원내대표 먼저 물러나고, 저한테 물러나라고 하면 물러날 용의가 있다. 자신은 원내대표직을 유지하면서 단순히 의혹 제기된 저한테 물러나라고 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저한테는 고발을 당했다고 법사위원장에서 물러나라고 하면서 마찬가지로 고발을 당한 대법원장이나 각 부처 장관에 대해서는 왜 물러나라고 말하지 못하나”며 “민주당의 이중잣대다. 논리의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위원장은 이번 사안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이 유감 표명을 하지 않는 한 법안 처리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이날 법사위가 파행되면서 87개의 법안 처리가 무산됐다.

처리가 무산된 법안 중에는 학교에서 커피 등 카페인 함유 식품의 판매를 금지하는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 개정안, 제주에서 발생한 현장실습생 사망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현장실습 계약 사항을 준수하지 않는 등 부당행위를 한 업체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직업교육훈련촉진법 개정안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앞으로도 법사위가 언제 열릴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벌써부터 일각에서 이번 2월 임시국회가 사실상 ‘빈손 국회’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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