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자율적 선택 존중 속 탈법 근절, 민주-출총제 부활 ‘경제력 집중’ 제동
여야 정당들이 최근 19대 총선을 앞두고 강도 높은 대기업 정책을 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대기업으로의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여론에 따른 조치다. 하지만 정당들의 대기업 정책에는 장기적인 비전이 빠져 있는 데다 실효성 없는 공약(空約)도 적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22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여야의 공통된 대기업 공약의 전제는 현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다들 ‘경제 민주화’를 표방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새누리당은 지난 2월 ‘대기업의 자율적 선택을 존중한다.’고 전제한 뒤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제고하는 방안을 내놨다. 큰 틀은 유지한 채 각론만 손본다는 뜻이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재벌의 부정적 효과가 날로 커지고 있어 경제 민주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경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절실하다.’고 못 박고 있다.
양당의 온도 차는 각론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대기업의 탈법, 불법을 근절하는 쪽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 근절을 위해 자산 순위 30위 집단 등에 대해 내부 거래 조사를 정기화하고, 부당 내부 거래에 대한 법 집행을 강화할 것을 천명했다. 대기업의 무분별한 중소기업 사업 영역 진출 제한과 집단소송제 확대 등도 추진한다.
민주당의 정책 목표는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완화다. 이를 위해 상위 10대 대기업 집단을 대상으로 모기업이 자회사에 지분을 투자할 수 있는 비율 한도를 정한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재도입하기로 했다.
여기에 대기업 지배주주들이 소수 지분으로 전체 기업군을 거느릴 수 있도록 하는 신규 순환 출자를 금지할 계획이다.
●“장기 비전 없어 실효성 의문”
한 10대 그룹 관계자는 “금융사가 부당 내부 거래를 통해 계열사와 자금 거래를 할 때 해당 금융사의 계열 분리를 강제하는 계열사 분리청구제 등이 실제로 시행되면 엄청난 파장을 낳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 재계단체 관계자는 “대기업에 대한 규제만 넘칠 뿐 ‘무엇을 위해’라는 장기적인 비전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공약이 ‘말의 성찬’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야 모두 재벌 개혁이라는 화려한 메뉴를 내놨지만 재벌정책 전문가라는 요리사는 구하지 않았다.”면서 “현재의 대기업 중심 구도를 바꾸겠다는 의지가 크지 않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2012-03-2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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