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장보고’ ‘뒷북 대응’…軍 ‘종합부실세트’

‘늑장보고’ ‘뒷북 대응’…軍 ‘종합부실세트’

입력 2010-06-10 00:00
업데이트 2010-06-10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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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장 보고와 자료 조작,뒷북 대응”

 지난 3월 26일 밤 46명의 용사를 앗아간 천안함 침몰 사건에서 보여준 우리 군 당국의 대응은 한마디로 ‘총체적 부실’,‘종합부실세트’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10일 발표한 ‘천안함 침몰사건 대응실태’에 대한 감사 중간발표 내용은 사건 발생 이후 일각에서 제기된 지휘보고체계 및 초동조치상의 문제점이 분명한 사실이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당초 감사원이 치중했던 △상황보고.전파 등 군 지휘보고체계 △전투준비태세 등 위기예방 및 대응조치에서는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힘든 ‘구멍’이 곳곳에서 발견됐고,보안이 생명인 국방 기밀 관리에 있어서도 여기저기서 허점이 노정됐다.

 먼저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한 대비 태세에서부터 우리 군 당국은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지난해 11월 대청해전 이후 함동참모본부와 해군 작전사령부,해군 제2함대사령부는 북한이 잠수정(함)을 이용해 서북 해역에서 우리 함정에 대한 기습 공격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지만,이에 대한 대비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더욱이 대청해전 이후 백령도 근해에 잠수함 대응능력이 부족한 천안함을 배치한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으로 지적됐다.

 제2함대사령부는 이런 상황에서 천안함의 대잠능력 강화 등의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북한의 기습 공격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있었다는 얘기와 다름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제2함대사령부 등은 사건 발생 며칠 전부터 북한의 잠수정 관련 정보를 전달받았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이해하기 힘든 대응으로 일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격을 받은 이후의 대응 자세는 더욱 심각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해군 제2함대사령부는 천안함으로부터 지난 3월 26일 오후 9시 28분 사건 발생을 보고받았다.그러나 합참에는 무려 17분이 지나서야 보고를 했다.그 사이 천안함을 공격한 북한의 연어급 잠수함은 유유히 사건 현장에서 빠져나갈 수 있었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늑장보고뿐이 아니었다.해군 제2함대사령부는 천안함으로부터 ‘어뢰피격으로 판단된다’는 보고를 받고도 이를 합참이나 해군작전사령부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이는 곧 초기 대응의 실패로 이어졌다.

 합참도 다르지 않았다.사건 당일 오후 9시 45분께 보고를 받고도 함창 의장과 국방부장관에게는 오후 10시 11분과 14분에 보고하는 등 26분 이상 보고를 지연시켰다.

 그러면서도 합참은 사건 발생 시각을 처음 보고받았던 오후 9시 15분에서 9시 45분으로 임의로 수정했고,“폭발음을 들었다”는 해군 작전사령부의 보고 내용도 삭제한 채 국방장관에게 보고했다.

 상황을 총괄해야 할 국방부도 예외는 아니었다.국방부는 이런 위기 상황에서는 ‘위기관리반’을 소집해야 하는데도 이를 소집하지 않았다.그러면서도 국방장관에는 이를 소집한 것처럼 ‘허위보고’까지 했다.

 군 당국의 대응은 사건 자체에만 국한되지 않았다.비상 상황으로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돼 있는데도 정확한 실상을 알리지 않아서 은폐 의혹을 불러왔던 것이다.

 특히 사건 직후 침몰 원인이 외부 공격인지 내부 폭발인지 아니면 좌초인지가 최대의 관심사였지만 원인 규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열상감시장비(TOD) 공개 과정에서 입장을 번복하면서 국민의 불신만 높였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동영상이 실세 시각 기준으로 사건 당일 오후 9시25분38초부터 녹화됐음을 알면서도 9시35분8초 이후의 영상만 편집해 공개했다가,뒤늦게 추가 공개해 의혹을 증폭시켰다.그런 가운데 합참의 합동지휘통제체계(KJCCS) 등 군사기밀은 어느 사이에 외부로 유출됐다.

 그러나 천안함 사태와 관련한 군 당국의 대응 과정에서의 문제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이날 감사원의 발표에서는 군사 기밀과 관련된 사항이 고스란히 제외됐기 때문이다.

 그나마 공개해도 군의 작전 등에 있어서 큰 지장이 없는 것만을 선별해서 발표한 것인 만큼 군의 대응실태에서는 더 큰 문제점들이 노출됐을 것으로 추정된다.이번 감사원의 발표는 천안함 사태 대응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 가운데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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