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김정일 회동, 북·미관계 전환점 주목

카터-김정일 회동, 북·미관계 전환점 주목

입력 2010-08-25 00:00
업데이트 2010-08-25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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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25일 방북길에 오름에 따라 한반도 정세에 또 하나의 ‘반전 드라마’가 연출될 지 주목된다.

 순수한 개인방문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그의 활동이력이나 북.미관계의 잠재된 가변성을 고려할 때 국면전환의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는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의 사전승인을 얻고 방북하는 카터 전대통령은 방북기간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동할 것으로 보여 그를 ‘메신저’로 삼아 북.미간에 간접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우선 카터 전대통령의 방북 추진경위에 주목한다.당초 곰즈씨의 지역구를 맡고 있는 존 캐리 상원의원이 검토되다가 카터 전대통령으로 선회한데는 고도의 정치적 배경이 작용하고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일단 미국이 ‘카터 카드’를 낙점한 것은 공식방문(official visit)을 피해 개인방문(private visit)의 성격을 살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존 캐리 상원의원은 비록 행정부의 ‘모자’를 쓰지는 않았지만 현직 상원 외교위원장이어서 대외적으로 공식방문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카터 전대통령이 이번 방북에 매우 적극적 의욕을 보인 점이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이번 방북은 조지아대 박한식 교수의 중재로 카터 전대통령이 카터 센터를 통해 개인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이는 곰즈씨 석방이라는 인도적 사안에 국한되지 않고 한반도 평화정착의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개인적인 동기가 작동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카터 전대통령은 작년부터 북한에 특사로 가고 싶다는 뜻을 누차 피력해왔다”며 “이번 방북도 단순히 곰즈씨 석방 차원을 넘어 북.미관계의 교착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번 방북이 오바마 대통령의 사전 승인하에 이뤄진 점이다.이는 한반도 정세운용 과정에서 카터 카드를 적절히 활용해보려는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고려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게 일각의 분석이다.당장은 제재기조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지만 앞으로 다가올 협상국면에 대비해 대화의 끈을 이어나가려는 고도의 포석이라는 관측이다.

 이번 방북에서 가장 주목되는 포인트는 25일 저녁으로 예상되는 카터 전대통령와 김 위원장의 회동이다.이는 단순히 만남의 차원을 넘어 카터 전대통령이 사실상의 ‘특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여지를 갖게 된다는 분석이다.

 카터 전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의 메시지나 친서를 소지한 특사의 자격은 아니지만 김정일 위원장으로부터 일정한 메시지를 전달받고 이를 오바마 행정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카터 전대통령의 ‘돌출행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1차 핵위기 카터 전대통령은 백악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방북을 집요하게 요구했고 방북이 성사된 이후에는 김일성 당시 주석으로부터 전달받은 제의를 언론에 생방송으로 발표하는 모험을 강행,결과적으로 국면을 전환시켰다.

 이번 방북에서도 김 위원장은 미국의 구미를 당길만한 ‘깜짝제안’ 형식의 모종의 제안을 내놔 국면전환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최근 들어 가시화되는 북한의 유화공세 흐름과 맞물려 주목된다.내달 북한 후계구도와 관련한 당대표자회를 앞두고 북한은 6자회담 재개와 미국 고위급 인사의 방북 카드를 활용해 대외적으로 유화국면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는 관측이다.

 물론 현재의 북.미관계가 북한 2차 핵실험과 천안함 사건 이후 ‘구조적인’ 교착국면에 놓여있다는 점에서 카터 전대통령의 이번 방북이 획기적인 국면전환의 돌파구를 마련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내주초 대북 금융제재 추가조치를 담은 새로운 행정명령을 발표할 예정이고 6자회담 재개에 대해서도 북한의 ‘진정성있는 행동’을 요구하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카터 전대통령의 방북이 국면전환을 향한 ‘분위기 조성’에는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외교소식통들의 시각이다.

 특히 6자회담 의장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 특별대표의 26일 방한을 계기로 중국의 6자회담 재개 드라이브가 본격화되는 흐름과 맞물려 전반적으로 천안함 이후 한반도 정세의 긴장수위를 낮추고 대화분위기를 조심스럽게 형성해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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