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G20 도약과 나눔](4) 도전받는 달러 위상

[포스트 G20 도약과 나눔](4) 도전받는 달러 위상

입력 2010-11-18 00:00
업데이트 2010-11-18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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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빠진 달러화… 새 기축통화 논의 가속

내년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 12일 서울 정상회의 폐막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내년 정상회의에서 기축통화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루겠다.”고 말했다. 미국 달러 중심의 현 체제에 변화를 모색하겠다는 뜻이었다. 이에 따라 내년 11월 6차 G20 정상회의(프랑스 칸)에서는 1944년 브레턴우즈 체제 협상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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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턴우즈 협상은 대공황 이후 금() 본위제가 무너지면서 각국의 경쟁적인 화폐가치 절하로 무역전쟁이 벌어지자 국제 통화질서를 안정시키기 위해 연 회의다.

중국, 브라질 등 신흥국들도 달러화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글로벌 기축통화 메커니즘이 새롭게 만들어져야 한다.”(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각국의 외환과 국가 간 금융거래를 달러화가 아닌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기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 등 새로운 기축통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잇따르고 있다.

주요국들이 이렇게 목소리를 높이면서 기축통화를 둘러싼 글로벌 논쟁이 한층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기축통화란 국가 간 교역이나 자본거래 때 지급결제 및 투자의 기본이 되는 통화를 말한다.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지위는 미국 경상수지 적자 등의 요인에 의해 점진적으로 약화되는 모습을 보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은 이런 논의 자체에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달러의 위상 추락과 이에 따른 상황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은 느끼고 있는 분위기다. 미국 국무차관을 지낸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가 달러를 포함한 여러 가지 주요 통화를 기축통화로 삼는 새로운 금본위제를 언급한 데서 잘 나타난다.

최근 10여년간의 미국경제 지표를 보면 달러의 위세가 약해지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세계 경상 총생산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23.5%에서 2008년 20.6%로 줄어든 반면 중국의 비중은 7.2%에서 11.4%로 확대됐다. 또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1983년 이후 1991년을 제외하고는 거의 30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2002년 이후 적자폭이 국내총생산(GDP)의 4~6% 수준으로 급격히 확대됐다.

2002년까지 줄곧 20%를 웃돌던 미국의 세계 교역 비중도 2003년 19.1%로 하락하면서 그해 19.4%를 기록한 유럽연합(EU)에 처음으로 1위 자리를 내주었고, 둘 사이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이와 맞물려 국제무역 결제통화로서 달러화의 거래규모도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전 세계 외환보유액 중 달러화 자산의 비중도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1977년 80%를 웃돌았던 세계 외환보유액 중 달러화 자산의 비중은 현재 60%를 갓 넘는 수준이다.

현재 통용되는 화폐 중 기축통화의 대안으로 유로화와 중국 위안화가 거론된다. 그러나 유로는 지난해 남유럽 재정위기를 계기로 다양한 문제점을 노출했다. 위안화는 현재 자유롭게 거래되지 않고 있어 단기적으로 기축통화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일부에서 IMF의 SDR를 거론하기도 하지만 실제 거래가 되지 않는 가상통화에 불과한 데다 규모 자체에 한계가 있다.

이한규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축통화는 정책적으로 정해지기보다는 오랜 시간 금융거래나 무역거래를 통해 자연스럽게 결정되는 것”이라면서 “경제규모나 통화가치의 안정성을 고려하면 당장은 유로가 달러에 필적할 만한 수준이지만 남유럽 재정난 등 문제가 있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가까운 장래에 달러를 대체할 통화는 나타나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했다.

결론적으로 세계는 미국 달러를 대신할 뭔가를 찾고는 있지만 뚜렷한 해법은 발견하기 힘든 딜레마에 빠져 있다. 분명한 것은 미국 경제가 다시 살아나도 기축통화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고 미국경제가 더 악화된다고 해도 달러가 기축통화의 지위에서 떨어지는 일은 당분간 없을 것이란 점이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2010-11-1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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