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무인기, 靑 등 193장 찍고…백령도 무인기, 소·대청도 軍시설 찍어

파주 무인기, 靑 등 193장 찍고…백령도 무인기, 소·대청도 軍시설 찍어

입력 2014-04-04 00:00
업데이트 2014-04-04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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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발표 및 대처 ‘난맥상’

지난달 24일 경기도 파주에서 추락한 무인항공기가 국가의 심장부와 다름없는 청와대 등 193장의 사진을 손금 보듯 촬영한 데 이어 31일 백령도에서 추락한 무인기는 소청도와 대청도의 우리 군사 시설을 촬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 당국이 북한 무인기 관련 발표를 축소·은폐하려 한 정황이 짙어진 가운데 수도권과 서해5도 지역 방공태세 등 군의 총체적 난맥상만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국방부가 지난달 31일 백령도에 연료 부족으로 추락한 무인항공기가 찍은 사진들을 3일 공개했다. 북한군이 발진한 것으로 판정된 무인기에 탑재된 디지털 카메라에 대청도(위)와 소청도(아래) 군 및 항만시설이 촬영돼 있다.   국방부 제공
국방부가 지난달 31일 백령도에 연료 부족으로 추락한 무인항공기가 찍은 사진들을 3일 공개했다. 북한군이 발진한 것으로 판정된 무인기에 탑재된 디지털 카메라에 대청도(위)와 소청도(아래) 군 및 항만시설이 촬영돼 있다.

국방부 제공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3일 “백령도에서 발견된 무인기는 북한에서 발진해 소청도, 대청도를 지그재그 모양으로 왔다 갔다 하다 백령도에서 추락한 것”이라면서 “이 무인기에는 소청도와 대청도를 왔다 갔다 하면서 찍은 100여장의 사진이 있다”고 말했다. 군은 이 무인기가 소청도와 대청도를 떠난 시간이 각각 31일 오후 2시 22분, 오후 2시 47분이고 백령도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 이후로 추정한다. 백령도 해병부대는 이날 낮 12시 40분 정체불명의 비행체를 향해 벌컨포를 발사했지만 이 무인기는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이 무인기는 일본제 니콘 D800 카메라를 장착하고 있었으며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는 유리섬유를 층층이 쌓은 재질로 만들어졌다. 이 밖에 GPS 안테나 2대가 비행경로를 조종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는 “백령도에서 추락한 무인기는 연료 부족으로 엔진이 정지됐고 낙하산이 펴지지 않았다”면서 “파주에 떨어진 무인기는 엔진고장 때문으로 결론 났다”고 밝혔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앞서 “파주에 추락한 무인기가 경기 북부와 서울 상공에서 193장의 사진을 촬영했지만 서울을 찍은 영상 등이 북한으로 송신된 것은 아니다”라면서 “무인기를 분석했는데 0.9㎓짜리 송·수신장치가 있었으나 그것은 무인기를 조종하거나 GPS를 받는 데 활용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무인기가 촬영한 수도권 지형 사진은 인터넷에서 제공하는 위성사진보다는 대체로 질이 떨어지나 청와대를 포함한 경복궁 일대 사진은 좀 더 선명한 것이 특징이다. 촬영 고도는 1~1.5㎞로 알려졌지만 청와대에 근접하면서 사진의 선명도를 높이기 위해 고도를 낮춘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군 당국의 이 같은 설명은 역설적으로 수도권 방공작전을 강화해 왔다는 군의 공언이 무위에 그쳤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군은 2011년 3군사령부 1방공여단과 수도방위사령부 10방공단을 통합해 수방사 예하의 제1방공여단을 창설했다. 이 부대는 저고도 대공방어를 위해 천마 단거리 대공유도무기(사거리 10㎞), 35㎜ 오리콘 대공포(사거리 4㎞), 미스트랄 대공미사일(사거리 300∼6000m) 등을 운용한다.

서울 상공에는 청와대를 중심으로 비행금지구역(P73)이 설정돼 있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반경 1.6㎞ 구역은 P73A, 반경 7.2㎞ 구역은 P73B로 구분된다. 모든 항공기는 사전 비행허가를 받지 않고 이 구역에 진입할 수 없으며 진입할 경우 경고 없이 격파 사격을 당한다. 당시 방공부대의 근무체계와 레이더망 이상 여부 등의 총체적 문제를 드러낸 셈이다.

정부는 북한으로의 정보 유출을 이유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2일 특정 언론에만 청와대 상공 사진 등 주요 정보를 흘리는 등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보여 스스로 원칙을 훼손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2014-04-0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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