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엔 마취 없이 맹장·다리절단 수술”

“북한엔 마취 없이 맹장·다리절단 수술”

입력 2010-07-15 00:00
업데이트 2010-07-15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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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상담 때 의사한테 담배·술·식량 등 상납해야”

북한에서는 의약품이 턱없이 부족해 다리절단 등 외과수술을 마취 없이 하기도 하고 주사기와 병상 등이 위생적으로 관리되지 않는 등 보건·의료 상황이 심각하다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국제앰네스티는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북한 건강권 보고서,와해 상태의 북한 보건의료(The Crumbling State of Health Care in North Korea)’를 발표했다.

 탈북 주민 40여명과 이들을 치료한 국내 의료 전문가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된 이 보고서에는 의약품이 없어 제 기능을 못하는 북한의 병원과 영양실조 탓에 발생하는 전염병 문제 등이 기록됐다.

 마취 없이 맹장이나 다리 절단 수술이 이뤄지기도 하고 한두 시간 이동해야 진료소에 도착할 수 있는 등 보건의료시설 접근권이 열악하다는 내용도 있다.

 면담에 참여한 주민들은 “북한의 병원에서는 소독하지 않은 피하주사 바늘을 사용하고 있고 병상의 침대 시트도 정기적으로 세탁하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보고서에는 원칙적으로 무료인 의료서비스가 1990년대 이후에는 대가를 요구하는 것으로 변질해 기본적인 의료 상담만 받으려 해도 의사에게 담배,술,식량을 줘야 한다는 증언이 나왔다.

 검사나 수술이 필요하면 현금을 주는 게 일반적인 관행이라는 증언도 있었다.

 이 보고서는 “시장에서 의약품을 구한 다음 장사치의 말만 듣고 임의 투약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최근 북한 정부는 상당수 북한 주민이 만병통치약처럼 사용해 오던 중국산 중독성 마약성분의 진통제를 금지한 바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세계보건기구 최근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보건의료비 지출이 1인당 1달러에도 미치지 못해 전 세계에서 보건·의료 지출이 가장 낮은 국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앰네스티 캐서린 베이버 아시아·태평양 부국장은 “북한은 주민의 가장 기본적인 건강·생존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북한의 식량 상황에 대한 앰네스티의 우려도 심각하다.

 한 비정부기구(NGO)에 따르면 올 1월과 2월 사이 북한 내 한 지역에서만 수천 명이 식량 부족으로 굶어 죽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는 2009년 12월 단행한 화폐개혁 이후 쌀 가격도 배 이상 폭등했다.

 일부 주민은 배고픔을 달래려고 풀,나무껍질·뿌리 등으로 연명하고 있고 최근에는 이런 영양실조 탓에 결핵이 다시 유행하기 시작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함경북도 청진 출신의 이모(39.씨)씨는 “한 달에 옥수수 15kg,쌀 1∼2kg을 받았다.소득을 늘리려고 옥수수로 술을 만들고서 가라앉는 찌꺼기를 먹었다.쓴맛 때문에 먹기 어려웠지만,배가 고파 먹을 수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앰네스티는 이 보고서를 토대로 북한 정부에 식량부족을 인정하고 필요한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을 수락하는 것을 포함해 식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효과적인 조처를 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과 중국,일본,러시아 등 주요 원조국에는 정치 상황이 아닌 필요성에 기반을 둬 북한에 인도주의 지원을 할 것을 권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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