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시 인사이트] 정부 왜 대북 쌀지원 못하나

[폴리시 인사이트] 정부 왜 대북 쌀지원 못하나

입력 2010-08-28 00:00
업데이트 2010-08-28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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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장고 끝에 26일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대북 수해 지원을 제안했다. 이명박 정부가 수해 지원을 위한 대북통지문을 보내기는 처음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인도주의와 동포애적 차원에서 긴급 구호물자를 지원하려는 것”이라며 “정부가 쌀을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쌀도 지원하느냐.”는 예상질문에 미리 대응한 것이다. 이 당국자는 “긴급 구호물자는 라면·생수 등으로 국한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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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에 가는 밀가루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이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해 마련한 밀가루 300t을 실은 차량이 27일 경기 파주 통일대교를 건너 남북출입사무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北에 가는 밀가루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이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해 마련한 밀가루 300t을 실은 차량이 27일 경기 파주 통일대교를 건너 남북출입사무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나라당 등 정치권에서 최근 대북 쌀 지원 검토 제안이 나온 뒤 통일부 당국자들은 “쌀 지원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되풀이하고 있다. 천안함 사태 후 대북 ‘5·24조치’가 유효한 상황에서 영유아 등 취약계층에 대한 순수 인도적인 지원만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왜 대북 쌀 지원에 예민한 것일까. 쌀 지원은 규모나 목적상 인도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입장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지난 2000년 시작된 대북 쌀 지원은 2007년까지 매년 30만~50만t 씩 보내졌고, 이를 위해 8년간 남북협력기금에서 모두 8728억원이 쓰였다. 적지 않은 액수인 셈이다. 노무현 정부 때에도 쌀 지원은 인도적이라기보다는 남북관계 안정을 위한 일종의 ‘보험’ 같은, 정치적인 성격이 강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더 큰 문제는 대규모로 지원된 쌀이 북한 주민들에게 제대로 배분되는지에 대한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는 2008년 7월 ‘10년 거치, 20년 분할상환’이라는 차관 형식의 대북 쌀 지원을 무상 지원으로 바꾸기로 했다. 무상으로 줄 경우 우리 측이 분배 모니터링 강화 등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차관이든 무상이든 쌀 지원이 멈췄다. 오히려 무상 지원 결정이 쌀 지원을 막았다는 얘기도 있다. 게다가 2008년 6월 당시 김하중 통일부 장관이 북한에 옥수수 5만t 지원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뒤 정부는 쌀 지원은 더욱 ‘언감생심’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북한이 수해로 국제사회에 구호를 요청하는 상황에서 쌀 지원을 대규모가 아니더라도 고려할 때가 됐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차관 상환을 통해 통일기금을 조성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온다. 내년부터 시작될 쌀 차관 상환을 위한 남북 협의도 이뤄져야 한다. 대북 소식통은 “대북 쌀 지원이 이번 수해 지원처럼 국제사회가 나선 뒤 뒷북을 칠 것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2010-08-2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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