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1주기 보도 대폭 줄어…‘김정은 띄우기’ 집중
북한의 지난 12일 ‘광명성 3호’ 위성 발사를 성공시킨 뒤 북한 매체가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1주기 추모관련 소식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북한은 이달 초부터 김 위원장의 1주기(12월17일)를 앞두고 조선중앙TV에서 김 위원장에 관한 새 기록영화를 방영하고 노동신문에 김 위원장을 회고하는 글과 사진을 게재하는 등 추모 분위기를 조성해왔는데 위성발사 성공 이후 북한 매체에서 이런 내용이 크게 줄어드는 양상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4일 전체 6개 지면 가운데 1∼4면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위성관제종합지휘소 참관 등 위성 발사와 관련한 내용으로 채웠다.
반면 김 위원장을 추모하는 내용은 조선민주여성동맹원들의 맹세모임과 청년들의 회고 행사 등의 소식이 5면에 일부 실렸을 뿐이다.
노동신문은 지난 13일에도 지면 대부분을 위성발사 소식으로 채웠으며 김 위원장과 관련된 내용은 2면에서 ‘광명성 3호’ 발사가 ‘장군님의 유훈’을 관철한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사진을 한 장 게재한 것이 전부였다.
노동신문이 지난 3일부터 2면을 김 위원장의 생전 모습을 담은 사진들로 도배하던 선전 방식도 중단됐다.
조선중앙TV와 조선중앙방송에서도 김 위원장을 추모하는 소식을 별로 찾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조선중앙TV는 14일 오전에는 ‘광명성 3호’의 발사를 자축하는 ‘평양시 군민경축대회’를 중계했고 김기남 당비서는 이 행사에서 “지금 온 나라는 전례 없는 경축 분위기로 부글부글 끓어번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에 대한 추모로 다소 엄숙했던 북한의 분위기가 ‘광명성 3호’ 발사 성공으로 인해 순식간에 축제 분위기로 바뀐 것이다.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를 김 위원장의 유훈으로 강조해온 것을 감안해야 하지만 김 위원장의 1주기를 앞두고 추모 소식을 대폭 줄이면서 축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은 흥미롭다.
이는 북한이 1995년 7월8일 김일성 주석의 1주기를 앞두고 김 주석의 업적을 대대적으로 부각하며 줄곧 엄숙한 분위기를 유지했던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결국 북한이 ‘광명성 3호’ 발사를 김정은 제1위원장의 ‘부친 유훈 관철’이라는 큰 업적으로 내세우면서 김 위원장의 1주기를 무거운 분위기로만 맞이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갑식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북한은 지난 4월 김정은 체제가 본격 가동한 뒤 과거에 얽매이기보다 현재 지도자를 치켜세우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며 “김정일보다 후계자 기간이 짧은 김정은이 빠른 속도로 권력을 장악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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