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박근혜 정권’과 관계개선 여지로 해석돼
북한이 이례적으로 이번 대선 결과를 신속히 보도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0일 밤 “내외신들의 보도에 의하면 지난 19일 남조선에서 진행된 대통령 선거에서 치열한 접전 끝에 새누리당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당선됐다고 한다”고 전했다.
대내용 라디오방송인 조선중앙방송도 21일 오전 같은 내용을 보도했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이날 5면에 조선중앙통신을 인용해 남한의 대선 결과를 소개했다.
북한 매체가 불과 하루 만에 남한의 대선 결과를 보도한 것은 2007년 12월 제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당선 소식을 전하지 않은 것과 대비된다.
1990년대 이후 제16대 대선까지는 보통 선거 2∼3일이 지나 북한의 보도가 나온 것과 비교해도 훨씬 신속한 반응으로 볼 수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대선 결과를 신속히 보도한 것은 경색 국면인 남북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신호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박근혜 후보가 당선된 사실을 신속히 인정하고 남한의 차기 정부와 남북관계의 ‘새판짜기’에 적극 나설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 매체가 박 당선인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새누리당 후보’라고 명시했다.
북한은 대선 당일인 지난 19일 오전까지도 당시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을 거칠게 비난하며 ‘정권 심판론’을 주장했지만 그날 오후 투표가 마무리된 뒤부터 21일 오전까지 박 당선인은 물론, 새누리당에 대한 비난을 일절 하지 않고 있다.
이는 북한이 박 당선인의 대북정책 방향을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의도이자 남한의 차기 정부와 대화의 문을 닫아두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내년 2월 말 차기 정부가 공식 출범하기 전까지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당선인을 분리해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의 남한 대선 보도가 예상보다 빠른 점에 비춰 볼 때 북한이 차기 정부와 관계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북한이 이명박 정부를 계속 비난하겠지만 박근혜 당선인에게는 6·15선언과 10·4선언의 이행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 언제든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 김정은 정권이 내년에 경제 분야에 집중하려면 남한, 미국 등과 대외관계를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그러나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따른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추진과 서부전선 최전방 애기봉의 성탄절 등탑 점등 행사 등이 북한을 자극, 한반도 정세에 냉기류가 강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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