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다 하루키 “김정은 시대 북한, 당 국가체제 복귀”

와다 하루키 “김정은 시대 북한, 당 국가체제 복귀”

입력 2014-10-27 00:00
업데이트 2014-10-2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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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자손이 다음 지도자 되는 시대 오지 않을 것”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는 “김일성 시대 ‘유격대 국가 체제’, 김정일 시대의 ‘정규군 국가 체제’를 거쳐 북한의 국가모델이 김정은 시대 들어 ‘당 국가’ 체제로 복귀했다”고 평가했다.

통일부 주최 세계 북한학 학술대회 참석차 방한한 와다 명예교수는 26일 오후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일은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을 부활시키는 과정을 통해서 정규군 국가에서 당 국가 체제 복귀를 지시하고 죽음을 맞이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동북아 근현대사 연구의 권위자인 그는 “1990년 들어 사회주의권의 붕괴, 대규모 재해 등에 맞서기 위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든 새 시스템이 ‘정규군 국가’”라며 “다른 나라에서의 군사 독재와 유사한 국가가 만들어진 것인데 북한에서는 이를 선군정치라고 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와다 명예교수는 김정일 사후 선군정치가 북한에서 사실상 구호로만 남았을 뿐 본래의 의미는 많이 퇴색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김정은은 할아버지, 아버지를 잇는 틀 안에서 존재하므로 계승성과 유훈 통치를 중요시한다”며 “앞선 두 지도자가 남긴 주체사상, 선군사상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는 말로써 계승정신의 중요성을 표현하는 것일 뿐이고 말에 담긴 형태는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와다 명예교수는 현재 김정은의 권력을 뒷받침하는 핵심 권력 기구가 당 중앙위원회라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 당 중앙위원회는 실질적으로 최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이런 형태는 중앙위원들 간의 합의 통치라고 볼 수 있다”며 “(김정일 시대의) 국방위원회가 여전히 존재하기는 하지만 정치적 뜻은 예전과 다르다”고 말했다.

와다 명예교수는 김정은이 집권 후 군부 실력자인 리용호를 제거하고 군 장성들을 자주 교체하는 등의 방법으로 군의 힘을 약화시킴으로써 당의 권위를 끌어올렸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북한이 김정은 시대 들어 당을 중심으로 권력을 재편한 것은 김정은의 3대 세습 기반이 취약했기 때문이라고 와다 명예교수는 해석했다.

그는 “김일성에서 김정일로 넘어갈 때 북에서는 혈통 중시를 매우 선전했는데 이는 승계가 매우 어려웠다는 것을 의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럼에도 김정일은 단지 김일성의 자식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정치적 능력 때문에 계승이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3대 세습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근거가 없는 것이므로 북한은 김정은을 당국가 체제 속에서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의 수장으로 내세웠다”며 “제 생각에 김정은의 자손이 다음 (북한의) 지도자가 되는 시대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최근 북한의 남북관계 개선 요구에 진정성이 느껴지느냐는 질문에 와다 명예교수는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북한이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을 보내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방북을 실현시켰다”며 “여기에 미치지 못해도 북한 정권의 2인자가 한국을 방문한 것은 북한이 한국과 관계 개선을 중시하는 것을 읽어낼 수 있다”고 답했다.

이밖에 그는 북한이 납북자 문제 해결을 고리로 북일관계 개선을 도모하는 것에 대해 “협상이 북한 의도대로 진행될지는 의문이나 북한이 이번 협상을 통해 대외관계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기대를 건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달 방북에서 만난 송일호 (북일 담당) 대사는 일본 정부와 맺은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런 뜻을 저를 통해 (일본 당국에) 전달되기를 원한다는 의사를 많이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와다 명예교수 등 10명의 일본 학자들은 학술교류단을 구성, 지난 7∼13일 북한을 방문, 송일호 북일 국교정상화교섭 담당 대사 등을 만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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