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격 걸맞은 시민의식 빛났다

국격 걸맞은 시민의식 빛났다

입력 2010-11-12 00:00
업데이트 2010-11-1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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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국제행사인 서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12일 이틀간의 일정을 마치고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배경에는 한층 성숙해진 시민의식이 있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와는 다르게 이번 행사 성격이나 의제들이 일반인의 관심을 크게 끌지 못했지만,시민들은 행사가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자발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경찰도 인력을 최대한 동원,각국 정상의 경호·경비 업무에 최선을 다해 국가적 대사의 성공적 마무리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일부 당국이 행사기간에 악취를 없앤다는 이유로 음식물 쓰레기를 배출하지 못하게 하는가 하면 분뇨반입을 금지하는 등 시민불편을 과도하게 강제한 점 등은 옥에 티로 지적됐다.

 ◇시민 자발적 참여…평화적 집회=서울 시내 도로 곳곳이 통제되는 가운데 치러진 이번 행사 기간 시민들은 될 수 있으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자율적 차량 2부제에 동참하는 등 행사의 원활한 진행을 도왔다.

 행사 첫날인 11일 오전 평소에 꽉 막히던 강남지역 출근길 차량 흐름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오전 7∼9시 주회의장인 코엑스 옆 포스코사거리의 교통량이 일주일 전에 비해 78.1%나 감소하는 등 강남지역의 교통 상황은 마치 ‘휴일 풍경’을 보는 듯했다.

 둘째날 오전에는 코엑스 주변 도로가 전면 또는 부분 통제되면서 정체가 빚어지기도 했고,2부제 참여도 전날에 못 미쳐 보였지만 많은 시민이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여전했다.

 지하철 2호선이 삼성역에 무정차 통과하면서 인근 종합운동장이나 선릉역에서 내린 시민이 대거 삼성역 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외국에서 열린 G20 행사 때마다 과격·폭력 양상으로 흐르던 반대 집회도 충돌없이 마무리된 것을 놓고 우리의 시위 문화가 한층 성숙해진 반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회의장이나 각국 정상의 숙소 등지에서 1인 시위를 제외하곤 기습 시위 같은 돌발상황도 벌어지지 않았다.

 세계화나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폭력이 아닌 평화적인 방법으로 내면서 서울이 ‘평화로운 도시’라는 이미지를 갖게 한 것이다.

 ◇한국경찰 위상 과시=안전하면서도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측면 지원을 한 경찰은 가장 막중한 업무였던 경호·경비에서 역할을 무난히 소화해냈다.

 행사 개막에 앞서 1년 가까이 준비를 해온 경찰은 역대 최다인 5만여명의 인력을 서울 시내 곳곳에 배치해 혹시 있을지 모를 테러에 대비하면서 행사에 참여한 각국 정상의 경호 업무를 별 탈 없이 수행했다.

 또 대규모 도심 반대집회 참여자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행진 때 한강대로의 3개 차로를 쓸 수 있도록 배려하면서 평화적으로 집회를 마칠 수 있도록 유도한 점은 주목할만했다.

 이밖에 도심 과격 시위를 예고한 UDT(해군 특수여전단 수중폭파대) 동지회나 구룡마을 주민 등을 상대로 협조를 구해 행사 자체를 무마 또는 연기시킨 것도 경찰에 대한 점수를 높인 대목으로 꼽을 수 있다.

 지방 경찰력이 대거 상경하면서 우려됐던 치안 부재도 전국의 경찰관이 갑호비상 근무를 하고 대체 인력을 충분히 확보함에 따라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과도한 통제로 눈총받기도=이번 행사가 대체로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지만 일부 정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의 ‘과도한 통제’가 비난을 초래한 일은 ‘옥에티’로 남았다.

 서대문구는 행사 기간 음식물쓰레기를 배출하지 말아 달라는 당부글을 주택가 곳곳에 붙여 주민들로부터 “행사 기간 밥도 하지 말란 말이냐” 등 반발이 일자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서울시도 행사 기간 25개 자치구에서 발생한 분뇨를 처리하는 서남·난지·중랑 물재생센터에 분뇨 반입을 금지해 비난을 받았다.

 이밖에 경찰이 행사 홍보 포스터에 쥐그림 낙서를 한 대학강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을 놓고 온라인상에서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벌어진 점도 아쉬운 대목으로 남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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