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 SAT 스타강사가 문제유출 원조?

‘피랍’ SAT 스타강사가 문제유출 원조?

입력 2010-02-02 00:00
업데이트 2010-02-02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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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수학능력시험인 SAT(Scholastic Aptitude Test) ‘스타강사’로 학원과의 재계약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납치당했다가 풀려난 직후 미국으로 피신한 손모(38)씨의 과거 행적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손 씨는 피랍 사건의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 국내 SAT 문제지 유출의 원조라는 의혹과 그를 질시하는 사람들이 새벽까지 일하는 성실성을 무시한 채 모함하고 있다는 반론이 맞선 것.

강남의 한 SAT학원장인 A씨는 2일 “손씨가 스타 강사로 급부상한 것은 2006~2007년 무렵으로 엄청난 양의 기출문제를 바탕으로 다른 강사들을 압도했다. 문제를 유출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라고 말했다.

A씨는 “2007년 1월 시험을 앞두고 손씨가 수강생에게 준 예상문제가 실제 시험에 그대로 출제된 것을 계기로 손씨의 입지는 확고해졌다. 몸값도 천정부지로 뛰었다”고 말했다.

SAT 시행기관인 ETS(미국 교육평가원)는 1년에 7차례 시험을 실시하는데 3회분은 공개하고 나서 폐기하고 4회분은 문제은행방식으로 재활용한다. 2007년 1월 시험문제는 2005년 12월 문제와 같았다.

A씨는 “손씨가 공개되지 않은 2005년 12월 시험문제를 입수하고 학생들에게 풀게 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이 일로 손씨는 엄청난 홍보 효과를 거뒀지만 선량한 학생들이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2007년 3월 ETS는 문제가 된 2007년 1월 시험을 무효로 하고 해당시험에 응시한 국내 학생 900여 명의 성적을 모두 취소했다.

또 다른 어학원 관계자 B씨는 “손씨가 시험에 직접 응시하고서 문제를 통째로 외워 나온다고 했지만 허무맹랑한 소리다”라고 말했다.

손씨가 가르치는 작문 과목은 총 49개의 문제가 있으며 문법이 틀린 문장도 포함돼 있어 이를 모두 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B씨는 “암기후 복원은 말도 안 되며 어떤 방법으로든 문제지를 입수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손씨가 문제를 유출해 엄청난 몸값을 챙기는 것을 본 다른 강사들도 경쟁적으로 기출문제 확보에 열을 올리게 됐고, 결국 SAT계는 부도덕이 판치는 곳으로 전락했다”고 전했다.

A씨 역시 “경찰이 사건의 본질을 알지 못하는 것 같다. R어학원의 잘못도 물론 크지만, 손씨도 SAT계를 혼란에 빠뜨린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경찰이 손씨가 무사히 발을 뺄 수 있도록 도와준 꼴이 됐다”고 말했다.

반면, 손씨가 문제지 자체를 빼돌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반론을 제기하는 학원 관계자들도 상당수 있다.

손씨를 잘 아는 C어학원장은 “손씨는 자신이 직접 시험에 응시해 완벽하지는 않지만 문제를 복원했다. 넓은 의미에서 문제 유출이라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문제지 자체를 빼돌리지는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손씨와 자주 만났다는 D씨는 “손씨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복원한 것은 아닐 것이다. 아마 문제를 푸는데 별 영향이 없는 단어 몇 개만 바꾸면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자료 확보 차원에서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손씨와 친분이 두터운 E씨는 “몇 년 동안 손씨와 함께 작업을 했는데 손씨는 새벽 3~4시까지 수업준비를 했고, 작문 답안지가 몇백 장이든 꼼꼼하게 첨삭해줬다. 그를 질시하는 사람들이 이런 노력은 무시하고 모함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E씨는 또 “손씨가 2007년 1월 시험의 덕을 본 측면은 있지만, 당시 수강생에게 준 자료는 학원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었다. 아마 다른 강사에게 배운 학생도 그 정도 문제는 모두 풀어봤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손씨가 가르친 아이들은 본래 수준이 높았다. 다른 학생들은 풀어본 문제가 실전에 나와도 알아보지 못했지만, 손씨가 가르친 아이들은 알아챘다. 그들이 족집게 강사라는 소문을 내준 것이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손씨가 문제지 유출의 원조라는 의혹에 대해 “그런 소문은 들었지만, 아직 손씨는 피해자 신분이다. 다만, 조사과정에서 문제를 유출한 정황이 포착되면 그 부분도 함께 수사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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