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5 전투기 2대의 추락 원인 규명에 나선 공군 사고조사단은 3일 전투기 잔해가 같은 장소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되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사고원인을 압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은 전날 오후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선자령(해발 1천157m) 정상 인근에서 훼손된 조종사 시신 일부와 찢긴 조종복,군화 조각,기체 잔해를 발견했다.

　이에 공군 관계자는 ”기체 잔해가 선자령 정상 부근의 거의 같은 장소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되고 있다“면서 ”2대의 전투기 잔해가 같은 곳에서 발견되고 있는 원인을 중심으로 정밀분석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전.현직 공군 관계자들은 이와 관련,”2대의 전투기 잔해가 같은 곳에서 발견된 것은 버티고(vertigo.비행착각) 현상에 의해 두 대가 연거푸 동일지점에 추락했거나,구름층에 의해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체가 서로 충돌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고 당일 낮 12시20분께 강릉기지를 이륙한 F-5E(어민혁 대위)와 F-5F(오충현 중령,최보람 중위)는 전투 기동훈련을 위해 훈련 공역으로 비행하다가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즉 제18전투비행단의 105비행대대장인 오 중령과 후배인 최 중위가 탄 F-5F가 어 대위가 조종하는 F-5E를 뒤에서 바짝 따라붙어 비행하는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것이라는 게 공군의 설명이다.

　우선,버티고 현상에 의한 추락 가능성이다.이는 사고 당일 나쁜 기상과 연관된 분석이다.

　대관령기상대 관계자는 ”2일 정오부터 오후 1시 사이 대관령 상공에는 비교적 짙은 구름(10% 이상)이 넓게 끼어 있었고 약한 눈발이 계속됐다“면서 ”시정은 7㎞ 미만이었는데 보통 10㎞ 미만은 시정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낮 12시20분 강릉기지를 이륙한 전투기가 3~4분여간 비행해 대관령 상공에 접근해 구름 속으로 들어갔고 순간 넓은 구름층에 의한 버티고 현상에 빠지면서 선자령 정상에 충돌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어 대위가 조종하는 1번기와 그 뒤에 있던 오 중령이 탄 2번기의 날개 간격이 1m~2m에 불과할 정도로 짧은 거리여서 동시에 추락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1번기의 어 대위 비행시간은 441시간이고,2번기의 최 중위는 301시간이지만 두 사람 모두 조종기량이 남달랐다는 점에서 좋은 날씨였다면 해발 1천157m의 선자령쯤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또 구름 속에서 기체가 서로 충돌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사고 당일 선자령 상공 300m~2천m 고도에 낀 구름 속을 날던 1번기와 2번기가 잠시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기체끼리 접촉해 추락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낮은 고도에서 충돌하면 같은 지점에 추락하기 때문에 잔해가 일정한 장소에 분포된다는 것이 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사고기인 F-5는 선자령 상공 300m~2천m 고도에 낀 구름 속을 비행했다는 공군의 설명도 이런 분석의 근거가 되고 있다.

　엔진이나 기체 결함 가능성에 대해서도 분석 중이지만 동시에 두 대에서 결함이 발생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공군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사고기 조종사들과 지상관제소 간의 교신 내용도 사고 원인을 규명해줄 핵심 열쇠가 된다.

　현재 공군 사고조사단은 교신 내용을 확보해 정밀 분석 중이지만 이륙 후 5분만에 기체가 레이더에서 사라질 정도의 짧은 비행이어서 교신 내용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공군 관계자는 ”교신 내용은 많지 않다“면서 ”교신 내용과 수거된 잔해,레이더 기록 등의 모든 자료를 종합적으로 분석해야만 사고 원인을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