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부활’ 논란이 무서운 사형수 대모 “도살장을…”

‘사형 부활’ 논란이 무서운 사형수 대모 “도살장을…”

입력 2010-03-18 00:00
업데이트 2010-03-18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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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수의 대모’로 불리며 수십 년간 그들을 돌봐온 조성애(79.세례명 모니카) 수녀는 이귀남 법무부 장관이 사형 집행 재개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한 16일 오전에도 여느 때처럼 서울구치소의 사형수들을 찾았다.

 20년 넘게 매주 화요일 사형수를 면회하며 죄를 뉘우치고 삶의 희망을 놓지 않도록 돕는 조 수녀의 마음은 착잡했다. 18일 기자와 만난 조 수녀는 이 장관 발언에 대해 “이런 한마디에 그들이 5년,10년 닦아온 뉘우침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도 있다.회개하려고 하는데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라고 우려했다.

 평소 그는 사형수들과 만날 때 사형제도 변화와 같은 민감한 이야기는 잘 꺼내지 않는다.사형수들도 ‘살고 싶다’ ‘살려달라’는 절절한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다고 한다.

 조 수녀는 “그날 미처 물어보지는 못했지만 형제들(사형수들)이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자신을 죽음으로 끌고 갈 수 있으니까 당연히 마음 아플 것이다.실망하지 말아야 할 텐데…”라며 걱정했다.

 조 수녀는 ‘김길태 사건’은 법과 제도의 무관심이 낳은 결과로 결국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법과 제도가 김길태를 구하지 못했다.오랫동안 수형생활을 했는데도 전혀 치유받지 못했고 (교도소에서) 시간만 채우고 나와 결국 병을 키운 것”이라고 말했다.

 조 수녀는 “길에서 주워온 걸 알고 고등학교도 안 갔다던데 어릴 때 고교에 다니지 않았을 때부터 상담을 받아야 했다.감옥에서 못되게 굴어서 여러 차례 처벌받았다고 들었는데 요주의 인물이 갇혀 있다가만 나온 것”이라며 교도소에 교화를 위한 교육이나 시설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조 수녀는 정치권,정부 일각에서 10년 이상 사형 집행을 안 했으니 김길태 사건과 같은 일이 생겼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에도 어이가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사실상 사형제 폐지국이 된 지가 언제인데”라며 “이미 서울,대전,광주,부산,대구에 사형집행하는 곳이 있는데 청송에 또 사형집행장을 만들 이유가 없다.도살장을 만들 셈이냐.무섭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똑같은 사람인데 생명권을 마치 자신이 쥔 것처럼 말하는데,평범한 한 개인의 위치에 있었다면 그런 말을 할 수 있었겠는가.국가가 생명권을 쥔 게 결코 아니다”고 역설했다.

 그는 기자에게 사형수를 이렇게 묘사했다.“사형수들은 헌 북과 같은 신세입니다.헌 북보다 더 못할 수도 있어요.쳐서 소리도 안 나는데 계속 쳐서 찢어지고,꿰매줘야 치유가 되는데 자꾸 치니까 치유가 안 됩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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