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태 사건 감찰 앞둔 경찰 “나 떨고 있니”

김길태 사건 감찰 앞둔 경찰 “나 떨고 있니”

입력 2010-03-18 00:00
업데이트 2010-03-1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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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여중생 이모(13)양 납치살해 사건의 피의자 김길태(33)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한 경찰이 19일 사건 일체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지만 표정이 어둡다.

 특히 16일 전국 지방경찰청장회의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강희락 경찰청장의 강한 질책이 터져 나오면서 대대적인 자체 감찰이 예고돼 사건 수사라인과 경비부서 등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먼저 경찰은 김길태가 진술한 보름간의 도주행적이 자체 감찰에서 자칫 줄징계의 빌미가 되지는 않을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경찰은 사건 당일인 지난달 24일을 포함한 김길태의 전반적인 도주행적 외엔 지난 10일 검거될 때까지의 구체적인 동선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있다.

 경찰이 지금까지 밝힌 김길태의 도주 행각은 “(범행 후 김길태가) ‘아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수차례 걸고 삼락동,덕포동,주례동 등 사상구 일대의 빈집 등을 돌아다니며 주택가 담벼락이나 처마 밑에 숨어 있다가 인기척이 들리면 도주했다”는 정도다.

 16일 진행된 현장검증도 이양 집을 비롯한 주요 범행장소와 김이 검거 직전 숨어있던 사상구 삼락동 H빌라 등 6개 장소에서만 진행돼 김의 구체적인 도주행적은 베일에 싸인 상태다.

 연인원 3만여명을 동원하고도 사건 현장에서 불과 반경 500m 거리에서 사건 보름만에야 김을 검거함에 따라 김의 도주경로에 따라 그 동선을 담당했던 경찰관들과 수사라인 전반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도 크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김길태의 도주행적에 대해 전반적인 조사를 마쳤음에도 구체적인 발표를 하지 않는 것이 이미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경찰의 허술한 수사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는 상황을 피하고 싶은 심리 때문이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또한 납치,성폭행,살해,시신 유기 지점이 모두 이양 집을 중심으로 반경 50m 안에서 이뤄져 수사 초기 범행현장 주변부터 철저히 수색해야 한다는 수사의 기본원칙을 벗어난 점도 감찰을 앞둔 경찰로서는 부담이다.

 이에 대해 수사본부 관계자는 “피의자가 애초 범행 자체를 부인해 자백을 받아내는 데 집중했고 범행시간대로 추정되는 24,25일 김길태의 행적이 더 중요했을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김길태 사건은 비록 이양이 숨지긴 했지만 과거의 다른 납치살해사건에 비해 조기에 해결된 측면이 있는데 수고했다는 말은 못들을 망정,잘잘못을 가리겠다는 상부 지시는 무척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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