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해수욕장 사고 어떻게 발생했나

태안 해수욕장 사고 어떻게 발생했나

입력 2010-03-27 00:00
업데이트 2010-03-2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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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지역의 한 해수욕장에서 업무차 현지를 방문한 농림수산식품부 직원 7명 등 공무원 8명이 탄 차량이 백사장내 바위와 충돌해 탑승자가 모두 숨지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는 특히 도로가 아닌 바닷가 백사장에서 빚어진 흔치 않은 교통사고로 기록될 전망이다.

 27일 태안군과 태안해경 등에 따르면 사고를 당한 공무원들을 포함한 농림수산식품부 직원 13명은 모두 지역경제개발과 소속으로 농식품부가 추진중인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과 관련,사업지역인 태안군 남면 ‘별주부마을’을 방문하기 위해 전날 오후 4시께 태안을 찾았다.

 농식품부가 2004년부터 추진중인 이 사업은 생활권이 같고,발전 잠재력이 있는 1개 리(里) 이상의 마을을 소권역으로 설정해 생활환경과 경관 정비,소득기반 확충을 종합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 골자다.

 사고가 난 태안 별주부권역은 전래설화 ‘별주부전’의 모태가 된 마을이라고 관광객들에게 알려진 곳으로 2007년부터 이 사업이 진행돼 지난해 농식품부의 중간평가에서 우수상을 수상해 발전기금을 지원받기도 했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 직원들은 별주부마을 ‘별주부센터’에서 사고 차량을 운전한 태안군 문선호(46) 도시계획계장으로부터 사업 추진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받고 진행내용을 점검했다.

 브리핑이 끝난 뒤 농식품부 직원 13명과 태안군 직원 3명 등 모두 16명이 인근 드르니항의 한 횟집으로 자리를 옮겨 반주를 곁들인 저녁식사 자리를 가졌다.

 술자리는 일행 16명이 마신 술이 소주 5병일 정도로 과한 수준이 아니었으며 사고 차량을 운전한 문 계장은 평소 술을 마시지 않아 이날도 전혀 술잔을 입에 대지 않았다고 자리에 동석했던 태안군 직원 이모(39)씨는 밝혔다.

 저녁식사가 끝난 뒤 오후 8시30분께 이들 일행은 차량 3대에 나눠 타고 숙소인 청포대해수욕장의 한 펜션으로 향했고,문 계장의 차량이 11인승 승합차였던 탓에 농식품부 직원 7명이 함께 탔다가 변을 당했다.

 사고차량이 아닌 승용차 2대에 나눠 타고 숙소로 돌아온 다른 직원 6명은 오후 10시가 넘도록 승합차에 탑승한 직원들이 돌아오지 않자 마을 주민들과 함께 동료 직원들을 찾아 나섰다가 오후 11시56분께 해수욕장내 ‘별주부 기념비’앞 백사장에서 사고 현장을 발견,경찰에 신고했다.

 사고 차량이 충돌한 ‘자라 바위’는 ‘별주부전’의 발원지로 마을 주민들에게 전해 내려오는 곳으로 높이가 5~6m 가량이다.

 숙소로 돌아오던 일행이 도로가 아닌 해변 백사장을 달린 것도 별주부마을의 발원지 등 지역 곳곳을 보여주려는 문 계장과 한 곳이라도 더 알고 싶어하는 농식품부 직원들의 의견이 같았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갯벌과 백사장이 혼재된 서해안 바닷가의 속성상 이 해수욕장에서는 평소에도 차량을 타고 백사장을 달리는 경우가 흔했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사고를 낸 운전자 문 계장은 이 곳이 고향으로 현재도 이 마을에 살고 있으며 주변 지리에 매우 밝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저녁식사 자리에 동석했던 직원들의 진술 등으로 미뤄 술도 마시지 않은 그가 백사장내 바위와 충돌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고를 낸 데 대해 여러가지 의문점이 남는다.

 사고 차량의 앞부분이 크게 부서지기는 했지만 전복되거나 차체가 완전히 구겨지는 수준은 아니라는 점에서 동승자 전원이 사망한 배경에도 궁금증이 가시지 않고 있다.

 태안해경은 사고 당시 바닷가에 짙은 안개가 끼어 시정거리가 매우 짧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사고 현장에서 차량의 전조등을 킨 채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면서 “사고 현장에 브레이크 자국이 전혀 남아 있지 않은 점으로 미뤄 미처 브레이크도 밟지 못한 채 달리는 상태 그대로 바위에 충돌하면서 심한 충격이 전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경은 또 동석자들의 진술에도 불구하고 운전자 문씨의 혈액을 채취해 음주 여부를 가릴 방침이다.

 한편 사망자들의 시신 8구가 안치된 태안읍 보건의료원 영안실에는 이날 새벽 서울에서 내려온 유족들의 통곡이 이어지는 가운데 농식품부와 태안군 직원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장태평 농식품부 장관도 이날 오전 빈소를 찾아 유족들을 위로하고 사고현장을 둘러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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