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4쌍의 특별한 서울역 합동결혼식

노숙인 4쌍의 특별한 서울역 합동결혼식

입력 2010-05-07 00:00
업데이트 2010-05-07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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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햇살이 눈부신 7일 정오께 서울역광장 2번 출구 옆.

 봉사단체 ‘사랑의 쌀 나눔운동본부’가 주최하는 특별한 ‘합동결혼식’이 시민 등 하객 400여명의 축하 속에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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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사랑의쌀 나눔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서울역 노숙인 합동결혼식에서 노숙인으로 살다 사회복귀를 위한 자활에 힘쓰고 있는 네쌍의 커플들이 주례의 주례사를 듣고 있다. 이날 국내 최초로 열린 노숙인 합동결혼식으로 4쌍의 부부가 탄생했으며, 사랑의 쌀 나눔운동본부를 비롯한 노숙인 지원단체들이 이들의 보금자리와 일터를 준비했다.  연합뉴스
7일 오후 사랑의쌀 나눔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서울역 노숙인 합동결혼식에서 노숙인으로 살다 사회복귀를 위한 자활에 힘쓰고 있는 네쌍의 커플들이 주례의 주례사를 듣고 있다. 이날 국내 최초로 열린 노숙인 합동결혼식으로 4쌍의 부부가 탄생했으며, 사랑의 쌀 나눔운동본부를 비롯한 노숙인 지원단체들이 이들의 보금자리와 일터를 준비했다.
연합뉴스
삶터를 잃고 서울역 주변에서 노숙생활을 해온 남녀 8명이 사랑의 서약을 하고 부부로 새롭게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지체 또는 지적 장애가 있는 신부 4명과 노숙인 신랑 4명이 그동안 서울역에서 무료 급식을 받으면서 인연을 쌓아 이날 백년가약을 맺었다.

 노숙인들의 생활 터전이나 다름없는 서울역 광장에서 결혼식이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결혼식은 개그맨 김태호 씨의 사회로 진행됐다.

 김씨가 “신랑 신부 입장”을 외치자 2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 여기저기서 플래시를 터트렸고,그 사이로 보라색 나비 넥타이에 검은색 정장 차림의 신랑과 흰색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 4쌍이 차례로 입장했다.

 이들은 ‘평생 배우자를 아끼고 사랑하겠다’는 혼인 서약을 하고 김성이 이화여대 교수의 주례사를 경청했다.

 김 교수는 주례사에서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4쌍의 결혼식을 진심으로 축하한다.지금의 설레는 순간을 고이 간직하길 기원한다”며 “사랑만 있으면 무슨 일이든 가능하다”고 이들을 격려했다.

 이어 4쌍의 부부는 떨리는 표정으로 예물 반지를 교환하고 하객들의 환호 속에 다정하게 포옹했다.가수 김장훈 씨는 축가로 ‘축복합니다’라는 곡을 떨리는 음성으로 정성스레 불렀다.

 초반에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던 신랑과 신부들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표정이 환해졌다.

 결혼식이 끝나고 4쌍의 부부는 옆에 대기한 승합차에 타고 제주도로 2박3일간 달콤한 신혼여행을 떠났다.

 이번 결혼식은 운동본부가 자활 의지가 있는 노숙인들에게 사회 복귀 기반을 만들어주려고 서울역 관리사무소 동의를 얻어 열었다.

 경기도 송탄에서 온 정모(51.여)씨는 “서울역에서 결혼식이 열리니까 새롭다.나도 장애인이지만 오늘 너무 보기 좋았다.행복하게 잘 살면 더 바랄 게 없겠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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