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폰서’ 의혹에 치명상…대수술 앞둔 검찰

‘스폰서’ 의혹에 치명상…대수술 앞둔 검찰

입력 2010-05-10 00:00
업데이트 2010-05-10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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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강령 강화,수사심의위 확대로 돌파구…전문가 “민주통제 늘리고 외부 감찰관 임명해야”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에 이어 9일 재차 검찰개혁을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여권 수뇌부도 보조를 취하고 나서 검찰이 근본적인 변화를 통해 갱생의 길을 찾아야 하는 사상 최대의 위기상황에 직면했다.

 검찰은 지난해 검찰총장 후보자가 ‘스폰서’ 논란의 파고를 피하지 못하고 중도낙마한데 이어 최근 부산발(發) ‘스폰서 의혹’이 다시 불거지면서 추상(秋霜)같아야 할 권위가 땅바닥으로 추락한 처지가 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형사사법 절차 전반의 불신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막으려면 검찰이 강도높은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등 제도적 보완책 마련도 적극적으로 검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복된 추문에 민심 악화

 지난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천성관 전 서울지검장은 ‘스폰서 검사’ 논란에 부딪혀 국회 인사청문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당시 천 후보자는 고가의 아파트 구입자금을 부동산업자로부터 차용증 없이 빌리는 등 부적절한 후원관계를 맺고,타인 회사 명의로 고급차를 리스해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스폰서 검사’라는 오명을 덮어썼고,이는 검찰조직 전반에 대한 불신을 낳았다.

 검찰이 ‘스폰서 의혹’으로 불신을 자초한 사례는 이게 처음이 아니었다.2008∼2009년 ‘박연차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돈을 받은 일부 검사가 형사처벌되거나 옷을 벗었다.

 민유태 전 검사장은 박 전 회장에게서 해외출장 중 5천달러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고 사표를 냈다.박씨로부터 1만달러를 받은 김종로 전 부산고검 검사는 정직 6개월 처분에 이어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008년에는 또 지방근무 중 친분을 쌓은 골프장 대주주에게 법인카드를 받아 1억원 상당을 사용했던 김모 부장검사가 해임됐고,앞서 2006년에도 법조 브로커에게 사건 청탁과 1천만원을 받은 김영광 전 검사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2006년 법조브로커 김홍수씨에게 두 차례에 걸쳐 향응과 300만원을 받은 검사가 감봉 2개월을 받는 등 부적절한 향응·접대로 감봉 등 중징계를 받은 사례도 적지 않았다.

 1990년대에는 판사들이 변호사들로부터 돈을 받은 ‘의정부 법조 비리’(1997∼98년),부장검사 출신 변호사가 법원·검찰의 전·현직 간부와 직원,경찰관 등에게 사건 소개 대가로 수임료의 일부를 준 ‘대전 법조 비리’(1999년) 사건 등이 법조계 전반의 신뢰를 떨어뜨렸다.

 ◇거듭된 개혁에도 백년하청(?)

 검찰은 최근 ‘스폰서 검사’ 논란이 다시 불거지면서 전례 없는 위기감에 휩싸이게 됐다.

 과거 유사한 상황에서 조직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는 나름의 개선책을 내놨지만 결국 악습의 고리를 끊지 못했다는 지적과 함께 조직 내부의 자발적인 의지가 아닌 외부의 힘에 고강도 개혁을 요구받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검찰 개혁은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 확보’ ‘검찰의 도덕성과 청렴성 제고’라는 큰 틀에서 이뤄졌다.검찰총장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해 1998년 검찰총장 임기제를 도입했고,2003년에는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규정을 만들었다.

 2004년에는 검사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강화하고자 검찰총장을 제외한 모든 검사의 직급을 일원화하고,‘검사동일체의 원칙’을 ‘검찰사무에 관한 지휘·감독관계’로 다소 느슨하게 변경했다.

 검사에게 보직을 부여할 때 검찰총장 의견 청취절차를 마련했고,검사인사위원회를 심의기구화했다.검사징계위원회에 외부인사가 참여토록 했으며,2007년엔 검사가 사건 관계인과 골프·식사·여행 등으로 접촉하는 행위를 금지한 ‘검사윤리강령’을 제정했다.

 검찰의 도덕성과 청렴성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2008년부터 대검찰청 감찰부장과 법무부의 감찰관 직위는 모두 공모를 통해 외부인사로 뽑도록 규정을 고쳤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잊혀질만 하면 또다시 검사들의 비리의혹이 터져나오는 악순환은 멈추지 않았다.최근 제기된 의혹에는 내부 직원을 단속해야 할 대검 감찰부장이 직접 거명되면서 ‘백년하청’이란 비아냥을 들어야할 정도의 수모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검사들이 일체 외부인으로부터 접대를 받지 못하도록 기존의 윤리강령을 더욱 엄격하게 바꾸는 방안과 함께 징계의 수위를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수사·기소권의 남용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려고 중요 사건의 인신구속과 석방을 결정할 때 외부 인사의 의견을 반영하는 ‘수사심의위원회’를 확대 운영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검찰 관계자는 “수사심의위의 기능 강화 등 여러 제도적 방안을 대검찰청에서 연구중”이라고 말했다.

 ◇‘민주적 통제’ 강화해야

 검찰 외부에서는 시민이 검찰의 기소권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일본의 검찰심사회나 미국의 연방대배심제 등을 통해 ‘민주적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공수처 설치 등에 대한 의견이 제시된다.

 청와대 사법개혁비서관을 지낸 김선수 법무법인 시민 대표변호사는 “검찰은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면서도 제대로 견제를 받은 적이 없어 내부 비리가 누적돼 국민의 불신을 받게 된 것”이라며 “결국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태훈 고려대 법대 교수는 “이번 스폰서 사건을 보면 검찰이 관행이라는 타성에 젖어서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고,대책 마련도 소홀했던 것 같다”며 “내부 징계를 강화하고 공수처와 같은 별도의 기관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도 10일 ‘스폰서 검사’ 논란에 대해 “특검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고,이재오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은 “별도의 사정기관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공수처 도입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그러나 노명선 성균관대 교수는 “일단 제일 확실한 해결책은 대검 감찰관에 외부인사를 임명하는 것이다.이건 내부 규정도 있는데 제대로 안되고 있다.전직 판사나 검사가 아니라 시민단체 인사를 감찰관으로 채용해 감찰을 하면 내부개혁이 확실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그러나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공수처는 ‘옥상옥’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그는 “공수처의 경우 어디에다 둘 것인지도 문제다.국회 산하로 두면 국회의원을 제대로 수사못할 것이고 그렇다고 사법부 내에 두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며 “다만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위해 공수처와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임시기구를 만드는 것은 생각해볼만하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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