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년간 ‘반도체 백혈병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또다시 급성골수성 백혈병 환자가 나와 논란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그간 두차례의 역학조사 결과 반도체 작업공정과 백혈병 발병은 별다른 연관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해온 삼성전자는 지난달 국내외 전문기관들과 작업환경에 대한 재조사 방침을 밝혀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잇단 발병..업무연관성 의혹 커지나

　삼성전자와 시민단체 반올림에 따르면 2003년부터 기흥반도체 공장에서 일해온 20대 여성 직원이 지난 9일부터 서울의 한 병원에서 백혈병 판정을 받고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2003년 입사한 김씨가 2007년까지 연구실에서 잠깐 불량 처리된 반도체 제품 테스트 업무를 맡아왔고 2007년 이후 사무실에서 자료 분석 업무를 해왔다.”라고 업무 연관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반올림의 이종란 노무사는 “입사 이후 상당기간 생산라인에서 일하다 최근 쓰러졌고 백혈병 판정을 받아 입원치료 중”이라며 “피해자 가족이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꺼려 자세한 언급은 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측은 복지규정 등에 따라 백혈병 투병 중인 해당 여직원의 치료비를 부담하기로 했다.

　반올림은 삼성전자 반도체라인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 가운데 지난 13년간 림프조혈계암(백혈병.림프종 등) 발생이 파악된 사례는 30명 이상,사망자는 13명(삼성은 발생 22명.사망 10명으로 파악)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때문에 노동계와 의료계 등에서는 반도체 생산공정이나 공정에 사용되는 물질에 발암성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특히 지난 3월에는 2004년부터 삼성반도체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다 2007년 백혈병 판정을 받고 투병생활을 하던 박지연(23)씨가 숨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반올림 측은 최근 한달동안에도 삼성반도체 전.현직 직원 10여명이 백혈병으로 숨지거나 투병 중이라는 피해 가족의 제보가 있었다고 밝혔다.

　반올림 측은 오는 13일 서울 영등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피해자 증언대회를 연 뒤 근로복지공단에 집단 산재신청을 할 예정이다.

　반올림은 반도체 직원들의 잇단 백혈병 발병은 피해 직원들이 공통으로 노출된 작업 환경과 관련된 집단 발병이라는 주장이지만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라인의 작업환경 안전성에 대해 ‘안전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삼성전자 재조사 방침..논란 잠재울까

　피해자 가족들은 산업재해 인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삼성전자 측은 업무 연관성에 대한 과학적 규명이 안 된다며 거절해왔다.삼성전자 측은 그러나 의혹을 철저히 해소하기 위해 반도체 생산직원들에게서 발생한 백혈병과 관련해 국내외 전무기관들과 공동으로 작업환경에 대한 재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앞서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메모리담당 조수인 사장은 지난달 15일 기흥반도체사업장에서 생산라인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국내외의 공신력 있는 연구기관,학술단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재조사를 벌여 모든 의혹을 남김없이 해소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재조사를 벌이기 위해 준비하고 있으나 조사를 착수하는 시점이 언제가 될지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재조사가 이뤄지더라도 환자가 집중 발생한 1~3라인이 다른 공정으로 전환대 심층조사가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현재 3라인 설비를 다른 곳에 보관하고 있어 당시 작업환경에 대한 조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재조사 결과가 나오면 반도체 업종 직원들의 백혈병 발병이 ‘산업재해’인지 ‘우연의 일치’인지 지난 2~3년간 끌어온 논란을 잠재울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