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절약 절박… 독립운동하듯 해야”

“에너지 절약 절박… 독립운동하듯 해야”

입력 2010-05-18 00:00
업데이트 2010-05-18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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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유엔ESCAP 환경개발국장 부임 정래권 기후변화대사

한국의 기후변화대사가 아시아의 기후변화대사로 변신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

20일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ESCAP) 환경개발국장 부임을 앞둔 정래권 외교통상부 기후변화대사와 17일 인터뷰를 가졌다. 방콕에 사무실이 있는 ESCAP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 산하 5개 지역위원회 중 하나로 62개 회원국으로 구성돼 있다.

정 대사는 2004년부터 4년여간 ESCAP 환경개발국장으로 활동하다 2008년 한국 외교부 기후변화대사로 임명됐다. 이번이 두번째 부임이지만, 지난 2년간 한국이 녹색성장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정 대사의 역할이 컸다는 점에서 방콕으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은 2년 전과는 비교하기 힘든 중량감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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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래권 기후변화대사
정래권 기후변화대사
●아·태 녹색성장 전략 총괄 역할

→ESCAP 환경개발국장은 무슨 일을 하는 자리인가.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체의 지속가능한 발전, 즉 녹색성장 전략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는다.

→외교부 기후변화대사로 일하면서 얻은 가장 큰 보람은.

-지난해 12월 덴마크 코펜하겐 기후변화정상회의 전까지만 해도 한국이 선진국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국내외의 엄청난 압력이 있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우리 정부가 코펜하겐에서 자율적인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내놨고 국제사회가 이를 수용했다. 문서화는 안 됐지만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 선진국들이 한국의 자율적 감축계획을 환영하고 평가했다. 신흥 경제국으로서 우리 현실에 맞는 감축계획을 만들어서 용인받은 것이다.

→한국은 아직 선진국의 의무를 질 필요가 없다는 얘기인가.

-한국이 선진 일류국가를 지향한다면서 개도국 지위에 안주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그것은 몰라서 하는 소리다. 기후변화에서의 선진국, 개도국 구분은 국민소득과 무관하다. 여기서 선진국이란 지난 150년간 무차별 개발로 환경을 손상시킨 원죄를 지고 있는 나라라는 뜻이다. 그에 비하면 한국은 개발 기간이 30년밖에 안 된다. 150년과 30년을 동등하게 다루는 것은 불공평하다. 엄밀히 말하면 선진국, 개도국이 아니라 역사적 의무국과 비(非)의무국으로 나누는 게 맞다.

→코펜하겐에서의 성과가 우리 국익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

-기후변화와 국가의 의무 관계가 현재는 강하지 않다. 하지만 10년쯤 지나 기후변화 이론이 명백해지면 선진국이냐 아니냐에 따라 국가별로 희비가 크게 엇갈릴 것이다. 선진국들은 1990년 기준 온실가스 총량 대비 25~40%를 획일적으로 감축해야 한다. 반면 우리는 오는 2022년 기준 온실가스 총량에서 30%를 감축하면 된다. 한국은 지금부터 늘어나는 부분만 신경써도 되지만, 선진국은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기준에서 25~40%를 줄여야 하는 것이니 엄청난 부담이다.

→한국의 입장이 코펜하겐에서 호평받은 요인은.

-다른 신흥국들이 머뭇거릴 때 우리가 자율적으로 솔선수범했기 때문이다.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신흥국의 대안을 마련한 셈이다. 한국의 국격이 올라간 것이다.

→우리의 성공사례를 외국에서 배우고 싶을 것 같다.

-안 그래도 최근 중국에 갔다왔다. 중국 정부가 주최한 ‘녹색경제와 기후변화 콘퍼런스’에 참석,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와 리커창(李克强) 부총리 등을 만났다. 중국 최고위층에서 녹색성장에 엄청나게 관심이 많더라. 중국은 코펜하겐에서 국제사회로부터 온실가스 감축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런 중국을 설득해달라고 미국이 나한테 부탁할 정도였다. 두 강국이 기후변화를 놓고 충돌할 때 가교역할을 한 데 보람을 느낀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례가 있나.

-녹색성장의 모범은 일본이다. 일본은 철도 등 대중교통 활성화에 주력, 에너지 낭비를 엄청나게 줄이고 있다.

●“기후변화는 에너지안보·경상수지와 직결”

→기후변화라는 주제에 국민들의 관심이 많은 것 같지 않다.

-기후변화는 단순한 환경문제가 아니다. 에너지 안보, 나아가 경상수지와 직결된다. 한국의 에너지 적자가 2008년도에 1000억달러 대에서 지난해 700억달러 선으로 줄었다. 지난해 경상수지가 400억달러 흑자였는데, 그중 300억 달러 이상이 석유 수입 대금 감소로 발생한 셈이다.

→에너지 절약이 실제 효과가 크다는 말인가.

-사실 공장에서 소모하는 에너지보다 일상생활에서 쓰는 에너지가 더 많다. 단열이 잘되는 건물을 짓고 교통체계를 자가용 대신 철도 등 대중교통 위주로 뜯어고치기만 해도 매년 가만히 앉아서 400억~500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낼 수 있다. 에너지 절약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독립운동하듯 해야 한다.

→정부의 4대강사업 관련 환경 논란이 뜨겁다.

-기후변화와 물은 직결된다. 우리나라는 여름에 왕창 비가 오고 1년 내내 가문다. 이런 나라를 보기 힘들다. 물 관리 인프라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2010-05-18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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