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유전자로 새 생명 탄생

인공유전자로 새 생명 탄생

입력 2010-05-22 00:00
업데이트 2010-05-22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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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합성게놈 박테리아 이식 의료산업에 획기적 전기될 듯

‘조물주의 영역’인 생명 창조에 도전하고 있는 미국 과학자 크레그 벤터가 목표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컴퓨터 프로그램과 화학물질을 이용해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것. “2년 뒤 실험실에서 합성한 게놈(유전자)을 가진 살아 있는 박테리아를 만들어낼 것”이라던 벤터의 2008년 1월의 선언이 현실이 됐다. 과학계에서는 ‘생명공학연구와 산업에 중요한 걸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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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그 벤터 세계 최초로 실현

게놈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벤터는 21일(현지시간)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인공 유전자를 박테리아에 넣어 세계 최초의 인공생명을 만들어냈다.”면서 “백신 제조나 친환경 산업에 활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20여명의 과학자가 10년 이상 참여한 이 연구에는 4000만달러(약 476억원)의 연구비가 투입됐다.

벤터는 완벽한 유전자 지도를 갖고 있는 박테리아를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박테리아는 세포벽이 없고 1개의 염색체만 존재해 조작이 쉽고, 특성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는 우선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염소에 피부병을 일으키도록 설계된 ‘마이코플래즈마 마이코이즈’라는 새로운 박테리아 유전자 지도를 만들어냈다. 이어 화학물질을 이용해 이 지도대로 유전자를 합성한 후 이를 ‘마이코플래즈마 카프리콜룸’이라는 살아있는 박테리아에 심었다. 벤터는 “기존 박테리아의 특성은 사라지고 마이코플래즈마 마이코이즈가 갖고 있는 성질만 남아 지구상에 없던 새로운 생명이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상당수 과학자들은 벤터가 기존 생명체를 매개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인공생명’으로 단정짓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원하는 특성을 가진 생명을 만들어낼 수 있는 획기적인 시대가 열렸다는 점에 대해서만은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기존 생명체 특성 사라진 창조물

이번 연구는 의료계와 바이오 연료 생산에 획기적인 전기를 제공할 전망이다. 벤터의 다음 목표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면서 햇빛으로만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박테리아를 만드는 것이다.

한편 일부 과학자들은 벤터의 연구가 환경적으로 위험할뿐더러 새로운 질병을 만들어내는 생물무기 생산에 악용될 수 있다며 경고하고 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2010-05-2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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