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김수철 사건’에 불안과 분노

학부모들 ‘김수철 사건’에 불안과 분노

입력 2010-06-10 00:00
업데이트 2010-06-1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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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초등학교 여학생이 최근 납치당해 무참히 성폭행당한 사건이 벌어진 서울 영등포구 A초등학교는 10일 불안과 충격에 휩싸여 있었다.

 이날 학교 복도에서 만난 교사와 학생들은 기자가 다가서자 굳은 표정으로 입을 다문 채 고개만 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점심때가 되자 축구공을 들고 재잘거리며 운동장으로 뛰쳐나온 학생들도 “선생님이 학교에서 다 알아서 해결한다고 했는데 왜 참견하세요”라며 경계하는 눈빛을 보냈다.

 2학년생들의 하교 시간이 임박한 오후 1시30분께 학교 정문에는 아이들을 데리러 온 학부모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주르륵 흐르는 한여름 날씨에도 학부모 3∼4명은 하교 시간 30분 전부터 교문 근처에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자녀를 기다렸다.

 대부분 여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조두순 사건’이 일어난 지 2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비슷한 사건이 벌어졌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시누이 대신 조카를 데리러 나왔다는 김모(37.여)씨는 “피의자가 예전에도 나쁜 짓을 저질렀다는데 이런 사람들을 다시 풀어주니까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 아닌가.딸 가진 부모들은 불안해서 어떻게 살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옆의 유모차에 앉아있는 7개월짜리 딸을 걱정스러운 눈길로 바라봤다.

 옆에서 손녀를 기다리던 김모(70.여)여 씨도 “그런 사람은 다시 세상에 나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무조건 무기징역이나 사형을 내려야 한다”며 흥분했다.

 학교 인근 식당에서 자장면으로 점심을 떼우며 딸을 기다리던 유모(32.여)씨는 “학교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니 너무 끔찍하다.직장을 다니느라 신경을 잘 못 썼는데 너무 불안해서 앞으로는 날마다 애를 데리러 올 계획이다”고 말했다.

 백주대낮에 다른 곳도 아닌 학교에서 범행이 벌어진 것을 두고도 학부모들은 분노와 놀라움을 표시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학부모는 “휴업일이라 피의자를 제지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데 너무 황당하다.지금까지 우리 아이들이 치안 사각지대에서 공부했다는 말이냐”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 학교에서 경비를 담당하는 ‘배움터지킴이’로 일하는 전직 경찰 김태운(60)씨는 적절한 대비책도 없이 학교가 개방되는 한 앞으로도 똑같은 사건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당 3만원을 받으며 평일에만 근무한다는 그는 “휴일에 학교를 개방하더라도 최소한의 경비인력은 둬야 한다.평일에도 혼자 근무하다 보니 정문 밖에 신경 쓰지 못한다”며 “당국에서 학교 치안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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