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 갈매기?”…겉치레 심사 도마

“7월에 갈매기?”…겉치레 심사 도마

입력 2010-08-03 00:00
업데이트 2010-08-0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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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에 찍은 사진에 지난 5월 시베리아로 날아간 갈매기가 왜 있지?”

 부산관광사진 전국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이 합성사진인 것으로 밝혀진 것은 사진속 갈매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3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2009년 부산관광사진 전국 공모전 대상작이 합성사진으로 보인다는 제보가 들어온 것은 지난 5월.

 문제의 대상작 ‘오륙도 정경’은 부산의 상징인 오륙도를 배경으로 갈매기 두 마리가 바람을 맞으며 날개를 펼쳐 활강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사진은 워낙 정교하게 합성돼 육안으로는 합성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경찰은 컴퓨터 포토샵 전문가를 동원해 사진을 면밀히 살펴본 결과 갈매기와 사진의 뒷배경이 합성된 것을 일부 확인했다.그러나 출품 작가가 완강히 발뺌을 할 경우 이것만으로는 합성사진임을 밝혀내는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조류 전문가 2명을 수사에 참여시켰다.

 사진을 살펴본 조류 전문가들은 사진속 갈매기가 여름철 부산에서 볼 수 없는 붉은부리 갈매기임을 밝혀내 합성사진의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했다.

 우리나라의 붉은부리 갈매기는 5월에 시베리아 등지로 떠나고,6~8월에는 흰색부리 갈매기만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되기 때문이다.

 이 작품 출품자 이모(49.여)씨가 사진을 찍었다고 밝힌 날짜는 2008년 7월 중순이기 때문에 시베리아로 떠난 갈매기가 사진에 등장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 부분을 증거로 이씨를 추궁한 결과 이씨는 순순히 합성사실을 털어놨다.

 경찰 조사결과 이씨는 오륙도의 모습은 자신이 찍었지만 갈매기는 자신이 찍지도 않고 다른 사람의 것을 가져와 붙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번 합성사진 조사를 위해 지난해 공모전 출품작 1천200여점 가운데 입상작 86점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 대상작을 비롯 모두 4점이 합성사진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대상작이 합성사진으로 드러나자 올해로 11회째를 맞은 공모전의 권위가 추락한 것은 물론 이 사진을 토대로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뿌려진 각종 홍보물도 신뢰를 잃게 됐다.

 공모전의 겉치레 심사도 이번 사건으로 도마에 올랐다.

 출품작 1천200여점을 사진작가와 교수로 구성된 6명이 단 하루 만에 심사하도록 해 제대로 된 심사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권정오 부산시 관광진흥과장은 “추락한 공모전의 명예를 다시 찾기 위해 공모전 심사를 사진협회에만 맡기지 않고 다양한 분야 전문가로 확대해 공정성에 각별한 신경을 쓰겠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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