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속 21.6m 강풍에 휘청인 수도

초속 21.6m 강풍에 휘청인 수도

입력 2010-09-03 00:00
업데이트 2010-09-03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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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풍설계·안전규정·대응매뉴얼 3無에 늑장 경보… ‘날아다니는 흉기’ 피해 속출

태풍 곤파스가 몰고 온 초속 21.6m의 강풍에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 쑥대밭이 됐다. 곤파스가 한반도를 강타한 2일 서울 곳곳에서 간판과 가로수가 넘어지고, 출근대란이 발생했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허둥대기만 했을 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이날 서울의 119종합상황실은 바람으로 인한 피해신고 및 구조 접수를 받는 전화로 북새통을 이뤘다. 상황실 직원은 “새벽 출근길에 날아온 간판 등에 맞고 응급실로 실려온 사람만 해도 100명이 넘는 등 바람으로 인한 피해 접수가 이렇게 컸던 적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곤파스는 초당 순간 최대풍속이 52.4m로 10년 만에 최대 강풍을 기록했다. 서울에서는 순간 최대풍속이 21.6m에 달했다. 초속 25m엔 지붕이나 기왓장이 뜯겨 날아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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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째 뽑힌 가로수  10년 만에 최대 강풍을 몰고 온 7호 태풍 ‘곤파스’가 서울 등 수도권 일대를 할퀴며 곳곳에 상처를 남겼다. 2일 오전 서울 대신동 연대동문길에서 길가에 주차한 승용차가 강한 바람에 뿌리째 뽑혀 넘어진 아름드리 가로수에 깔려 있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뿌리째 뽑힌 가로수
10년 만에 최대 강풍을 몰고 온 7호 태풍 ‘곤파스’가 서울 등 수도권 일대를 할퀴며 곳곳에 상처를 남겼다. 2일 오전 서울 대신동 연대동문길에서 길가에 주차한 승용차가 강한 바람에 뿌리째 뽑혀 넘어진 아름드리 가로수에 깔려 있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하지만 강풍에 대한 대비는 허술했다. 기상청의 예보도 늦었고, 강풍에 대비한 시설물 안전기준도 미흡했다. 기상청은 2일 새벽 3시에 내렸던 서울·인천·경기 지역의 태풍주의보를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하기 불과 30분 전인 오전 6시 태풍경보로 바꿨다. 그러나 지하철 1호선은 이미 오전 5시20분쯤 단전으로 운행이 중단됐고, 곳곳에서 강풍에 가로수가 뽑히고 유리창이 깨지는 등 사고가 잇따라 늑장예보라는 지적을 받았다.

현재 자연재난을 총괄하는 소방방재청은 강풍 대비 안전규정을 따로 두지 않고 있다. 강풍 시 외출을 삼가거나 나무 밑을 피하는 등의 국민행동요령만 있을 뿐이다.

내풍 설계기준은 있지만 부착물이나 옥외 광고물 등에 대한 기준은 부실하다. 곤파스처럼 강풍을 동반하면 이들 옥외광고물은 ‘도시의 흉기’로 변할 수 있지만 풍하중에 대한 설치기준이 따로 없다. 국립방재연구소 측은 “우리나라 내풍설계 기준은 대개 10분 평균풍속이지만 이번 같은 강풍의 경우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지자체의 대응도 강풍을 막진 못했다. 서울시는 태풍 및 집중강우로 발생할 수 있는 광고물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지난 5~6월 7044곳에 대한 안전점검을 벌여 모두 37곳을 바로잡았다고 밝혔지만 곤파스가 지나간 서울시내엔 날아온 입간판과 쓰러진 가로등이 즐비했다.

내풍 관련 규정 등을 총괄하는 국토해양부의 대응체계도 느슨하다. 건설안전과에선 내진설계 등 전반적인 사항을 다루지만 내풍설계의 세부 기준은 건설기준과에서 다룬다. 도로교량 설계기준은 간선도로과에서, 철도교량 설계기준은 간선철도과에서 다룬다. 내풍에 대한 종합적인 기준을 마련, 통합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재난 대응도 허술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오전 11시 6만 2534가구가 정전됐다고 밝혔으나, 한국전력은 같은 시간 146만 7000가구에 전기공급이 끊겼다고 밝혀 큰 차이를 보였다. 대책본부는 오후 5시가 돼서야 한전이 집계한 156만 7000가구로 정전 가구 수를 수정했다. 오재호 부경대 환경대기학과 교수는 “우리는 약한 바람에도 간판이 도로에 떨어질 만큼 제대로 된 시설물 부착 규정이 없다.”면서 “우리나라도 잦은 태풍에 대비, 노후건물과 주요시설물에 대해 초속 몇 미터의 바람까지 견디는 정도의 내풍 시설물 및 위해요인 관리 기준을 법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한수·오상도·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2010-09-0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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