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진 한반도 바다… ‘독한 태풍’ 만들었다

뜨거워진 한반도 바다… ‘독한 태풍’ 만들었다

입력 2010-09-03 00:00
업데이트 2010-09-03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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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동반 강소태풍 올해 왜 많나

서울·경기 북부 등을 강타한 제7호 태풍 ‘곤파스’의 특징은 ‘바람’이다. 최대 순간풍속이 홍도에서 초속 52.4m, 흑산도 45.4m, 대부도 38.7m 등을 기록했다. 2000년 ‘프라피룬’이 흑산도에서 세운 초속 58.3m 이후 10년 만에 가장 강력한 바람태풍이다. 통상적으로 바람이 초속 14m가 넘으면 사람이 걷기 힘들고, 35m가 넘으면 기차도 쓰러뜨릴 정도다. 올해 발생한 8개 태풍은 강한 바람을 동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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뒹구는 부스  2일 오전 서울 노량진동 학원가 인도에 설치된 공중전화 부스가 초속 20m 이상의 강풍을 이기지 못하고 도로로 쓰러져 있다.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뒹구는 부스
2일 오전 서울 노량진동 학원가 인도에 설치된 공중전화 부스가 초속 20m 이상의 강풍을 이기지 못하고 도로로 쓰러져 있다.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올해 발생한 태풍 모두 바람 강해

강한 바람을 동반한 올해 태풍은 고위도에서 발달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전통적으로 태풍의 고향은 적도 태평양이지만 뎬무·곤파스 등 올해 발생한 태풍은 일본 오키나와 부근이나 타이완 동쪽에서 발달했다. 이들 태풍은 찬공기와 마주치는 북쪽에서 주로 발달했기 때문에 이동속도가 무척 빨랐다는 게 기상청의 분석이다. 다른 태풍과 달리 곤파스는 빠른 속도로 이동해 강한 세력을 꾸준히 유지했다. 곤파스는 시속 40㎞ 안팎의 빠른 속도로 한반도로 접근해 당초 기상청이 예상했던 정오보다 약 6시간 빠른 2일 오전 6시35분 한반도에 상륙했다. 기상청은 곤파스가 예상보다 빨리 상륙해 오전 7~8시 출근시간대에 피해를 키운 것은 ‘상층 제트기류’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곤파스가 상공 11㎞ 위에 있는 강풍대를 만나 이동속도가 더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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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막한 농심  2일 새벽 태풍 곤파스의 강풍에 무너진 경기도 시흥시의 한 미나리 농장 비닐하우스 앞에서 농장 주인이 망연자실해 있다.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막막한 농심
2일 새벽 태풍 곤파스의 강풍에 무너진 경기도 시흥시의 한 미나리 농장 비닐하우스 앞에서 농장 주인이 망연자실해 있다.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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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긴 지붕막  2일 태풍 곤파스의 강한 바람으로 인천시 남구 문학경기장 지붕막이 찢겨져 뻥 뚫려 있다.  연합뉴스
찢긴 지붕막
2일 태풍 곤파스의 강한 바람으로 인천시 남구 문학경기장 지붕막이 찢겨져 뻥 뚫려 있다.
연합뉴스
빠른 이동속도는 태풍의 세력을 유지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일반적으로 태풍은 적도 부근에서 형성돼 고위도인 한반도 쪽으로 올라오면서 낮은 해수면 온도에 의해 세력이 약해지는 반면, 곤파스는 오히려 고위도로 올라올수록 이동속도가 더 빨라지고 세력도 강해졌다. 열대저압부에서 발생한 곤파스는 제주도 서귀포 남쪽 해상으로 접근하면서 평년보다 3도 정도 높은 28~29도의 높은 해수면에서 에너지를 공급받았다. 이후 곤파스는 서해안을 따라 올라오면서 역시 26도 이상의 높은 해수면에서 수증기를 꾸준히 공급받았다. 김광열 서울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면 대기를 움직이는 에너지원인 수증기가 많이 증발하고, 수증기가 잠열을 만들어 대기의 움직임을 빠르게 해 태풍을 강화시킨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해수면 온도가 따뜻해지는 것은 올해 발생한 라니냐(La Nina) 현상과 지구온난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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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태풍 만들어질 수 있어”

2일 새벽 3시까지 최대풍속 초속 36m 이상으로 강한 강도를 유지했던 곤파스는 강화도에 상륙한 오전 6시35분쯤 초속 27m의 중급 강도로 약화됐다. 땅으로 올라오면서 태풍의 에너지원인 수증기 공급이 차단되고 지면과의 마찰로 운동에너지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서울과 경기북부 등 중부지방을 강타한 곤파스는 오전 11시 최대풍속 24m의 소형태풍으로 약화된 뒤 강원도 고성 앞바다로 빠져나가 시속 50㎞ 이상의 매우 빠른 속도로 동해 북부 해상으로 이동했다. 기상청은 이번 태풍이 3일 새벽 일본 삿포로 서남서쪽 부근 해상에서 소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기상청은 곤파스에 이은 가을 태풍이 또다시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8월 하순 들어 북태평양 고기압이 약해지면서 가을 태풍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경환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는 “태풍 발달조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해수면 온도인데 9월까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 충분히 강력한 가을 태풍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9월 말이나 10월 초까지 1~2개 태풍이 더 만들어져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됐다.

진기범 기상청 예보국장도 “북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가장 높은 시기가 요즘”이라며 “따뜻한 공기와 상극인 북쪽의 찬공기가 만나면 태풍은 더 사나워진다.”고 말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2010-09-0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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