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공화국 탈출…우울증 극복이 관건

자살공화국 탈출…우울증 극복이 관건

입력 2010-09-10 00:00
업데이트 2010-09-1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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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은 ‘세계 자살예방의 날’이다.자살예방의 날은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가 생명의 소중함과 자살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지난 2003년 제정했다.

 하지만 자살예방의 날을 정한지 7년이 지났지만,자살률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하루 평균 자살자가 35명으로,OECD국가 중 자살률 부문에서 헝가리 다음인 2위를 기록하고 있다.국내에서 40여분마다 한 명씩 자살을 한다고 보면 되는 셈이다.

 최근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이 전국 12개 우울증센터에서 18세 이상 성인 남녀 6천510명을 대상으로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를 벌인 결과를 보면 자살을 하려고 구체적 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는 응답자가 3.3%에 달했으며,실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는 응답도 3.2%나 됐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암 다음으로 사망률이 높은 자살의 가장 큰 원인은 사회적,경제적 이유뿐 아니라 우울증이라는 질병에서 찾을 수 있다.

 우울증이란 슬프거나 울적한 느낌이 기분상의 문제를 넘어 개인의 활동이나 사회생활에 영향을 주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이 질환은 슬프고 우울한 기분,비관적이고 부정적인 생각,불면,식욕감퇴,피곤함,성욕감퇴,의욕저하 등을 특징으로 하는 정신과 장애로,종국에는 죽음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데 그 위험성이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현재의 ‘자살공화국’을 벗어나려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우울증’을 극복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 우울증,여성에게 더 잘온다

 우울증은 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든 사람에게 나타나지만,여성의 경우 주요 우울장애의 유병률이 남성보다 1.5-2.5배까지 높다.

 이는 주부를 비롯한 여성들에게 사회적,문화적으로 남성에 비해 더 많은 역할을 요구하는데다,여성 스스로 심리적으로 취약한 게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동양사회의 경우 아직도 남성우월주의가 지배적이어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 미비에 따른 좌절감,실망감 등도 우울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 자식들이 성장,독립해감에 따라 느끼게 되는 공허감과 사회생활을 하는 남편과의 상대적 처지에 대한 비관 등도 우울증의 요인이 된다.

 중년기로 접어들면서는 피할 수 없는 호르몬 변화 때문에 우울증을 갖게 되는 여성들도 많다.대표적인 게 피임약에 대한 우울증,월경주기의 황체기에 보이는 우울증,분만 후 우울증,폐경기 우울증 등이다.

 따라서 이 같은 여성의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성 스스로의 자존감 회복 노력 △남편을 비롯한 가족의 관심과 배려 △질환에 대한 적극적 치료 등이 요구된다고 전문가들은 권고하고 있다.

 ◇ 노년기,노화와 함께 우울증 찾아온다

 우리나라에서 80대 노인의 자살률은 20대에 비해 5배 이상 높다.그런데 이런 노인자살의 가장 큰 요인도 역시 우울증이다.

 문제는 젊은 사람의 우울증은 전조증상을 갖고 있는 반면 노인우울증은 특이사항을 찾아보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노인 우울증은 여성의 경우 특히 폐경기 이후에 급증하는데,65세 이상 여성 10명당 3명은 우울증 증상이 있다는 보고도 있다.

 노인 우울증은 특히 겉으로 드러나는 정신적 문제 대신 복통이나 두통,흉부통,관절통 등 신체 여러 부분의 통증을 호소하는 특징이 있다.

 통증을 만성적으로 호소하면서 식욕부진,체중감소,수면장애,변비,만성적인 피로 등을 동반한다.

 이와 함께 배변 이상이나 매스꺼움,구토,위장의 불쾌감,구강의 이상감,명치의 통증과 같은 소화기 장애를 호소하기도 한다.

 따라서 노인의 경우 평소보다 말수가 적어지고,주변을 정리하면서 신체적 특징이 나타날 경우 ‘자살경고등’으로 판단해 조기에 대처해야 한다.

 서울특별시 북부노인병원 정신과 심현보 과장은 “노년기 우울증은 본인조차 우울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자각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 등 주위의 사람들도 방치하기 쉽다”면서 “가족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부모님의 사소한 감정변화에도 주의를 기울여야만 조기에 우울증을 발견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노년기 우울증의 가장 큰 특징은 △슬픔의 표현이 적음 △신체적 증상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많음 △최근에 발생된 신경증적 증상 △치매동반 △행동장애 △비정상적 성격 성향의 강화 △뒤늦게 발생한 알코올 의존 등이 대표적이다.

 노인우울증의 치료는 부작용을 최소화시킨 항우울제를 투여하면 대개 4주 이내에 우울증의 증상들이 좋아지지만,증상 조절 후에도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항우울제를 투여해야 한다.우울증상이 사라진 이후에도 최소한 6개월 이상의 유지치료를 받는 게 재발방지를 위해 좋다.

 ◇ 청소년의 스트레스와 자살

 우리나라에서는 청소년기나 유아기의 우울증도 무시할 수 없는 자살 원인이 되고 있다,특히 이 시기의 우울증은 일생동안 반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위험이 더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유아기나 청소년기의 스트레스,애정결핍 등의 환경적 요인은 아이들을 우울증에 빠뜨리는 가장 큰 원인이다.

 또한 청소년의 경우 신체적,정신적,심리적 변화가 심한 시기인데,역할의 혼돈과 함께 미숙한 심리 발달은 정서적 갈등을 유발하게 되고,이런 과정 속에서 불안과 좌절,우울감으로 빠져 들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한 연구결과를 보면 남학생의 경우 30% 이상이,여학생의 경우는 45% 이상이 ‘우울한 증상’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이 중 50% 이상은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을 보였으며,특히 자살 충동을 느낀 청소년의 비율도 20%를 넘어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정신적 자아의 갈등과 성적에 대한 비관 등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을 해치는 사회적 환경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자칫 부모와 학교의 관심을 벗어난 순간 이런 아이들에게는 극단의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고려대 안산병원 정신과 한창수 교수는 “의욕저하와 우울한 기분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정신과 전문의에게 빠른 도움을 구하는 게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가장 좋은 지름길”이라며 “우울증은 마음의 병이지만 그 결과는 치명적인 만큼 반드시 질병으로 인식하고 치료받는 게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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