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남자들 제치고 소싸움 제패한 20대 아가씨

거친 남자들 제치고 소싸움 제패한 20대 아가씨

입력 2010-10-14 00:00
업데이트 2010-10-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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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보은의 20대 여성이 남자들도 힘든 소싸움 판에 뛰어들어 2년 만에 전국을 제패하는 쾌거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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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보은에서 싸움소를 기르는 곽현순(27.여)씨가 최근 경남 진주서 열린 민속소싸움 ‘병종’ 경기서 우승한 자신의 소 ‘영광’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충북 보은에서 싸움소를 기르는 곽현순(27.여)씨가 최근 경남 진주서 열린 민속소싸움 ‘병종’ 경기서 우승한 자신의 소 ‘영광’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인공은 보은읍 산외면 곽현순(27)씨.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그녀는 2년 전 아버지(52)를 도와 싸움소 육성을 시작한 뒤 지난 6~11일 경남 진주대회에 4살짜리 ‘영광’과 ‘합천’을 출전시켜 병종(600~660㎏)급 우승과 준우승을 나란히 거머쥐었다.

 ‘시집도 안간 애송이 아가씨가 어떻게 거친 소싸움판서 뛰느냐’는 주변의 비웃음을 한 방에 날려버린 쾌거다.

 100마리가 넘는 한우를 기르는 대규모 한우농장의 막내딸로 태어난 그녀는 어릴 때부터 축사를 출입하면서 덩치 큰 소와 거침없이 스킨십했다.

 대학졸업 뒤 도회지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그녀가 “싸움소를 키우겠다”는 아버지를 따라 여성 소싸움꾼으로 변신한 것도 한우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목장에서 눈매가 날카롭고 골격이 우수한 소를 고른 그녀는 매일 영양식과 보약을 먹이면서 근력과 지구력을 키우는 고된 훈련을 통해 마침내 8마리를 싸움소로 변신시켰다.

 작년부터 일부 대회에 출전했지만 두드러진 성적을 내지 못해 낙담하던 그녀에게 에이스 격인 ‘영광’과 ‘합천’은 2번째 출전대회서 강력한 우승후보들을 연거푸 물리치는 놀라운 성적으로 보답했다.

 긴장과 박진감이 넘치는 소싸움판이지만 그녀는 키 162㎝의 아담한 몸집으로 경기장에 올라 고성을 질러대면서 싸움을 이끈다.

 자신의 소가 공격할 때는 이름을 연호하면서 격려하고,방어에 나설 때는 호흡을 늦춰주는 방식으로 위기를 모면하게 해준다.

 그러다보니 한차례 경기를 치르고 나면 그녀나 소나 땀으로 범벅되기 일쑤다.

 현재 소싸움판에 정식으로 등록된 여성은 그녀를 포함해 단 3명.

 그러나 10여년 경력의 ‘안창아줌마’라는 닉네임을 가지고 최근까지 활동했던 50대 여성을 제외하면 실제 경기에 출전하는 여성은 그녀가 유일하다.

 곽씨는 “애초 전국대회에서 우승하면 시집가겠다고 아버지와 약속했지만 이왕 이 바닥에 이름을 낸 이상 민속씨름의 백두급에 해당하는 ‘갑종’ 경기까지 제패한 뒤 약속을 지킬 것”이라며 “소처럼 우직한 사람을 만나 소를 테마로 한 목장을 경영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은투우협회는 전국대회를 석권한 그녀의 소들을 환영하기 위해 13일 보은읍 시가지에서 카퍼레이드 등 환영행사를 마련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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