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 농가 “날벼락이 따로 없어요”

축산 농가 “날벼락이 따로 없어요”

입력 2010-12-22 00:00
업데이트 2010-12-22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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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심히 살려고 했는데 마음대로 안됩니다.피해가 너무 커요.날벼락이 따로 없어요”

 “37년 동안 돼지를 기르면서 이런 일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기가 막힙니다”

 22일 구제역 양성 확진으로 돼지 6천700여마리를 살처분해야 하는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갈산리 홍모(57)씨는 매몰처분 소식을 듣고 “온몸에 힘이 쑥 빠져 나가는 것 같았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잠을 한 잠도 못잤다.오늘 아침엔 그래도 희망을 갖고 사료를 주었다”면서 “지난 4월 구제역발생 때 잘 넘어갔고 이번에도 매일 소독을 했다”면서 허탈해 했다.

 홍씨는 “출하를 앞둔 돼지들도 많아 피해액을 일일이 계산하기도 힘들다”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라며 고개를 떨구었다.

 그는 이번 구제역 확진으로 김포지역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축산 농민이다.

 자신이 기르는 돼지를 모두 살처분해야 되는 데다 아들이 대곶면 송마리 농장에서 기르는 돼지 1천900여마리도 매몰해야 하기 때문.

 아들이 그동안 아버지 농장을 여러차례 드나들었던 것으로 나타나 아들의 돼지도 살처분 대상에 포함됐다.이들 부자의 돼지는 총 8천600마리다.

 홍씨 농장으로부터 300여m 떨어진 민모씨의 돼지농장 인부들은 돼지 3천여마리를 이날 오전 9시부터 매몰하는 데에 대해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50대 중반의 한 인부는 “우리는 경북 안동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부터 사야될 물건이 있는데도 일부러 외출을 하지 않았다”면서 “멀쩡한 돼지를 다 죽여야 하는게 말이 되느냐”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또 “그동안 매일 축사를 청소.소독하고 농장 입구에 생석회를 뿌리며 시에서 하라는 방역 작업은 다했다”면서 아쉬워했다.

 이날 오전 매몰작업에 투입된 김포시 공무원 170여명은 이런 농민들의 심정을 감안해 최대한 조심스럽게 작업을 했다.

 시의 한 공무원은 “농민들이 무척 화가 나 있어 말을 붙이기가 힘들 정도다”면서 “농민들의 고통을 이해해 작업을 아주 조심스럽게 하고 있다”라고 매몰 작업의 어려움을 전했다.

 시는 이날 오전 구제역 발생 돼지농장과 주변 6개 농장,발생 농장주의 아들 농장 등 8개 농장에 공무원과 굴착기,트럭 각 8대를 동원,매몰작업을 펴고 있으나 돼지 숫자가 많아 23일에나 작업을 모두 끝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들 축산농가의 외부인 출입을 전면 차단하고 방역.매몰작업에 참여한 공무원에 대해서는 목욕과 소독을 한 뒤 외부로 출입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와 함께 방역차량을 동원해 구제역 발생 농가 주변 도로에 방역 작업을 펴고 있고 주변 9곳에 통제소를 설치,통행 차량에 대한 소독작업을 하고 있으며,외부 차량의 통행을 가급적 자제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구제역 양성 확진 전에 살처분에 들어갔다”면서 “구제역 발생 마을 도로에 통제소를 설치하고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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