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업소→부동산→금융시장’ 조폭의 진화단계

‘유흥업소→부동산→금융시장’ 조폭의 진화단계

입력 2010-12-27 00:00
업데이트 2010-12-27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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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사냥꾼,사채업자와 손잡고 벤처기업을 망가뜨린 조직폭력배들이 검찰에 적발된 사건은 국내 폭력조직의 진화 단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7일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등에 따르면 국내 폭력조직은 사업 영역과 수익 기반의 변화에 따라 3단계로 진화 과정을 거친 것으로 분석된다.

 유흥업소 갈취와 주류 도매상 운영 등의 전통적 활동 영역을 고수하던 1세대 조폭이 부동산 경기의 활황세를 타고 분양사업 등에 직접 뛰어드는 2세대로 발전한 데 이어 최근에는 금융시장의 활성화에 따라 기업인수나 주가조작 등의 ‘화이트칼라’ 범죄로 영역을 확장한 3세대까지 등장했다는 것.

 2세대부터는 외관상 합법적인 사업가 행세를 하고 있지만 이들의 행위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전형적인 민생침해 범죄라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오히려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금융범죄에 조폭이 관여함으로써 자살하거나 가정이 파탄된 소액투자자가 급증하는 등 2차 피해도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유행하는 3세대 조폭은 주로 코스닥 상장회사를 노려 사채업자 또는 기업사냥꾼과 공모해 회사 경영권을 탈취하고서 자금을 횡령하는 등의 수법으로 해당 회사와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히고 있다.

 조폭이 사채업자와 짜고 코스닥 회사의 인수자금을 고리로 빌려준 뒤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하면 회사 경영권을 갈취하거나,기업사냥꾼과 함께 코스닥 상장사를 무자본으로 인수하고선 회사자금을 횡령하고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적발되는 사례가 급증하는 추세다.

 서울중앙지검은 2004년 4월 기업의 인수·합병(M&A) 과정에 개입해 기업사냥꾼에게서 수억원을 갈취한 ‘양은이파’ 부두목과 회삿돈을 횡령한 ‘서방파’ 부두목 2명을 구속했고,2006년 1월 주식투자 손실금을 물어내라며 주가조작 전문가를 협박해 거액을 뜯어낸 ‘벌교파’ 두목 등 2명을 구속한 바 있다.

 올해 5월에는 무자본으로 코스닥 회사를 인수한 뒤 161억원을 가장납입해 주가를 조작하고 44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범서방파’ 조직원 등 5명이,6월에는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코스닥 회사를 인수해 20억원의 공금을 빼돌린 ‘콜박스파’ 조직원 등 5명이 각각 검찰에 적발되는 등 조폭들의 화이트칼라 범죄 행각이 한층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경제범죄에 성공한 조직폭력배는 여러 개의 코스닥 상장사를 운영하면서 건실한 사업가로 위장해 정·관계 인사들과 친분을 쌓고 비호세력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조직범죄의 변화양상에 대응해 전문적이고 특화된 수사체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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