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 학업중단 이유 살펴보니… 가난 탓은 옛말

중·고생 학업중단 이유 살펴보니… 가난 탓은 옛말

입력 2012-02-14 00:00
업데이트 2012-02-14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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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퇴자 45% “학교 생활 부적응 때문에”

서울 성북구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던 김모(17)군은 학교 생활에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중학교 때까지 운동부에서 활동한 탓에 학업 진도를 전혀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군은 결국 지난해 학교를 중퇴하고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하고 있다. 경기 수원시에 사는 이모(14)양은 현재 중학교 졸업 자격 검정고시를 준비 중이다.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모범생이었던 이양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친구를 사귀지 못해 힘들어했다. 이양의 부모는 딸의 소심한 성격을 고치기 힘들다고 보고 홈스쿨링을 시작했다. 이양은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집에서 공부할 예정이다.

중·고등학생이 학업을 중단하는 가장 큰 요인은 ‘학교 생활 부적응’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가정 형편으로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다.

13일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간한 ‘2011 교육통계 분석자료집’에 따르면 지난해 고교 학업 중단자는 3만 8887명으로 전체 학생 대비 학업 중단율은 2%였다.

학업 중단자는 질병, 가사, 품행, 부적응, 기타 사유로 제적·중퇴·휴학한 학생을 뜻한다.

원인별로는 학교 생활 부적응(45.1%)이 가장 높았고, 유학·이민 등 기타(36.2%), 가사(11.6%), 질병(5.8%), 품행(1.2%)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학교 생활 부적응’은 학업 중단의 한 원인으로 조사에 처음 포함된 2000년에 43.6%로 가사(37.9%)를 제치고 수위에 오른 이후 지속적으로 4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교육개발원 관계자는 “그러나 교우 관계, 성적 부진 등 구체적인 부적응의 원인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사 등 가정 문제로 인한 학업 중단은 1980년 3만 298명, 1985년 4만 2966명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지만 2005년에는 20%대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해에는 4526명으로 크게 줄었다.

고등학교 학업 중단율은 1980년 3.0%에서 2010년 2.0%로, 중학교 학업 중단율은 1980년 1.4%에서 지난해 1.0%로 낮아졌다. 다만 중·고교 모두 지난해 유학·이민자가 학업 중단자에 포함되면서 2009년에 비해 소폭 증가세를 보였다.

학교별로는 중학교와 일반계 고등학교가 하락세를 보인 데 비해 전문계고는 2005년(2.6%) 이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에는 3.6%를 기록했다.

이는 전문계고 재학생들이 가정 환경이나 성적 부진 등 외부 환경 요인에 상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교육개발원 측은 “과거에는 가정의 경제적 빈곤이 학업 중단의 주된 원인이었지만 최근에는 학교 생활 부적응이나 비행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공교육 위기라는 큰 맥락에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2012-02-1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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