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불심검문 불응 제지, 위법 아니다”

대법 “불심검문 불응 제지, 위법 아니다”

입력 2012-09-16 00:00
업데이트 2012-09-16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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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만에 부활’…적법성 기준 명확히 “경중ㆍ관련성ㆍ긴박성 따져 공무집행 보장”

범죄 발생 직후 범인으로 의심할 만한 사람이 불심검문을 거부하고 지나치는 순간 이를 제지하는 것은 경찰관직무집행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는 최근 잇단 강력 성범죄와 묻지마 범죄 빈발로 경찰의 불심검문이 2년 만에 부활한 가운데 나온 대법원의 판단이어서 주목된다.

이번 판결은 기존의 대법원 입장을 변경하거나 불심검문을 넓게 허용하는 취지는 아니지만 적법한 불심검문의 기준을 명확히 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상해와 모욕,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모(39)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 본원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자전거 날치기 사건 발생 직후 범인과 흡사한 인상착의의 피고인을 발견해 앞을 가로막고 진행을 제지한 행위는 범행의 경중, 범행과의 관련성, 상황의 긴박성 등에 비춰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다”면서 “경찰관들의 불심검문이 위법하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은 불심검문의 내용과 한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현행 경찰관직무집행법 3조 1항에는 경찰관이 수상한 거동과 기타 주위의 사정을 합리적으로 판단해 죄를 범했거나 범하려 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는 자를 정지시켜 질문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같은 법 3조 3항은 흉기 소지여부를 조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같은 법 3조 7항에는 1항 또는 3항의 경우 해당자(검문 요구를 받은 자)는 형사소송법에 의하지 않고서는 신체를 구속당하거나 답변을 강요당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씨는 2009년 2월 새벽 1시께 인천 부평구 예림원 앞 도로에서 술을 마신 후 자전거를 타고 집에 가던 중 경찰의 불심검문 요구를 받았다.

경찰은 “인근에서 자전거를 이용한 핸드백 날치기 사건이 발생했다. 인상착의가 비슷하니 검문에 협조해 달라”고 말했지만 박씨는 자전거를 멈추지 않고 검문 경찰관을 그대로 지나쳤다.

현장에 있던 순경 이모씨가 경찰봉으로 다시 박씨의 앞을 가로막고 자전거를 세워줄 것을 요구하자 박씨는 자전거에서 내려 이씨의 멱살을 잡아 밀쳤다.

이 과정에서 넘어진 이씨는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다.

박씨는 이씨와 실랑이를 하는 과정에서 다른 경찰관들이 말리자 “내가 누군지 알아? XX놈들이 짜증나네”라고 욕설하는 등 수차례 모욕했다.

결국 박씨는 경찰관을 때리고 모욕한 것은 물론 공무집행까지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박씨에게 벌금 300만원의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박씨가 불심검문에 응하지 않으려는 의사를 분명히 했음에도 앞을 가로막고 검문에 계속 응하도록 요구한 것은 유형력을 통해 답변을 강요한 것이며 이는 불심검문의 방법적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불심검문에서 적법한 정지행위의 기준을 명확히 한 것으로 적법한 공무집행은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라며 “경찰관이 범행 의심자를 질문하기 위해 정지시켰을 때 이를 이유로 경찰관을 폭행하는 것은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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