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20년만에 재심 첫 공판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20년만에 재심 첫 공판

입력 2012-12-21 00:00
수정 2012-12-21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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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방조 아직도 생소… 판결 바로잡겠다”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는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의 재심 첫 공판이 20일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 권기훈) 심리로 열렸다. 1992년 강씨에 대한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 이후 20년 만이다.
강기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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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검은 양복을 입고 출석한 강씨는 법정에서 재심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강씨는 “당시 검찰의 공소장과 법원 판결문은 모략과 허구, 비상식으로 가득 찬 괴물처럼 보인다.”며 “검찰과 법원은 단지 나를 파렴치범으로만 몰려고 했다.”며 준비해 온 모두진술서를 읽어내려 갔다. 이어 “20년이라는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제가 저질렀다는 ‘자살 방조’라는 단어는 아직도 생소하다.”며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고 싶다. 결단코 저는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강씨 측 변호인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요구했다. 변호인은 “당시 검찰이 제시한 증거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김형영 실장의 필적감정서뿐이었다.”면서 “유서 대필이 언제, 어디서, 어떤 경위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증거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과 변호인 측은 공판 심리 범위와 증거물 채택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강씨 측 변호인은 “당시 서울중앙지검이 강씨 등으로부터 압수해 간 서적 등을 재심 증거로 제시하고 싶다.”며 검찰 측에 압수물 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검찰은 “대법원의 재심 개시 결정에 따르면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할 만한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것은 아니다.”라면서 “먼저 심리 범위부터 다시 정해야 한다.”고 대응했다.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은 1991년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의 총무부장인 강씨가 후배 김기설(당시 전민련 사회부장)씨에게 분신할 것을 사주하고 유서를 대신 써 준 혐의로 기소돼 억울하게 옥살이한 사건이다.

홍인기기자 ikik@seoul.co.kr

2012-12-2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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